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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오두막 살며 자연 예찬… 미국인이 사랑한 수필가

입력 : 2018-10-27 03:00:00 수정 : 2018-10-26 20: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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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로스 지음/지은현 옮김/꾸리에북스/1만7000원
자연의 방식/존 버로스 지음/지은현 옮김/꾸리에북스/1만7000원


“나는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벗으로 삼고자 했던 유일한 인물.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1817∼1862) 이후 가장 추앙받는 자연주의자 존 버로스(John Burroughs·1837∼1921·사진)의 에세이집이다.

숲 속 조그만 오두막을 지어 직접 온갖 작물을 키우며 살았던 존 버로스는 진정한 자연애호가로 인정받는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후 최고의 자연주의 문필가로 추앙받는다.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감수성을 지닌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손함을 나타낸다. 살아 있는 동안 쓴 총 27권의 수필집은 수백만부가 팔리고 전 세계 교과서에 실리며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대통령보다 그에게 몰려드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하니 당시 그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버로스는 경직된 환경운동가만이 아니었다. 존 뮤어, 루스벨트와 같은 활동가들이 각기 환경보호단체를 이끄는 동안 그는 ‘파랑새의 구애’와 설앵초의 향기를 기록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의 (자연에 대한) 목표는 전적으로 예술적인 것에 있기 때문이다.

존 버로스의 글쓰기 목표는 이런 것이다. “나는 새가 내게 주는 기쁨과 새 자체를 위해 글을 쓴다. 교훈적이거나 도덕적인 전개가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언짢아진다.”

그는 1860년 ‘애틀랜틱 먼슬리’지에 에세이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알렸다. 1871년 첫 번째 수필집 ‘연영초’를 발표한다. 작가로서 명성을 얻은 뒤에는 오두막에서 평생을 살았다. 셀러리와 베리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면서 글을 썼다.

이후 30년 동안 오두막은 충실한 독자들과 조류학자 프랭크 채프먼, 대통령, 헨리 포드 등 저명한 친구들을 끌어모았다. 오두막은 명소가 되었다. 오두막은 자연스럽게 환경보호운동을 위한 윤리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대쪽같은 성품은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1903년 애틀랜틱 먼슬리에 ‘진짜와 가짜 자연사’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 ‘자연 사기꾼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는 자연사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운동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었다. 일부 작가들은 야생동물의 생태를 기록하면서 작가 자신의 상상을 심어 넣었으면서 마치 자연사의 일부인 것처럼 표현했다. 그는 이들에게 ‘숲의 황색 저널리즘’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논란은 4년간 지속되었다.

현재 미국에는 그의 이름을 딴 여러 초·중·고교가 있으며, 그의 정신을 기리고자 존버로스협회가 설립되었다. 이 협회는 존 버로스의 오두막을 보호구역으로 유지하며 자연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가를 선정, ‘존 버로스 상’을 매년 수여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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