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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개성 있는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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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6 22:55:06 수정 : 2018-10-26 22: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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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는 여행상품 오래 못 가/ 현지 특성 살린 스토리텔링 필요 가을이 찾아오면 독서의 계절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 덮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의 날씨가 어디 독서에만 어울릴까. 미뤄 두었던 운동을 하기도 좋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하기도 좋고 일상을 떠나 다른 곳을 찾기도 좋다. 말이 나온 김에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을이면 각종 축제를 앞세워 여행을 홍보하는 소식이 쏟아진다.

관광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좋은 이미지와 국가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관광은 입지조건이 좋아야만 하는 것도, 지하자원이 풍부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라도 성공할 수 없는 대박상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하지만 나라마다 지역마다 ‘방문의 해’를 앞세워 너도나도 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 성공하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현대인의 취미와 기호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흥행을 거두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상투성의 함정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서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하겠지만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여행상품이라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 10년 전에 너도나도 먹거리와 오락성을 내세워 테마파크의 광풍이 불었지만 지금 방문객은 없고 휑한 건물만 남은 곳이 많다. 지금은 또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법석을 피운다. 여행상품이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 번은 올 수 있지만 두 번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둘째 현지성의 부재이다. 관광은 찾는 장소 이외에 먹거리, 특산품 그리고 기념품과 결합돼야 부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있는 부채나 사 먹을 수 있는 삼겹살로는 사람을 한 곳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없다. 일본 홋카이도의 대표 상품으로 초콜릿, 라면, 맥주 등이 있는데, 이 중에는 다른 지역에 팔지 않고 오직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있다. 현지 판매를 고수하니까 그 상품을 사려면 홋카이도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지역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상품이 사람을 끌어들이게 된다.

셋째 특성화의 초점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추면 좋을 듯해도 다른 나라와 지역에 견주어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다면 사람을 오게 할 수 없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 유적이 많은 곳,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온천과 산림이 풍부한 곳, 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등 자신만의 장점을 끌어내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해야 한다. 만리장성이 맹강녀 설화와 누구나 한 번쯤 찾아야 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이야기랑 늘 짝이 되듯이 서울 성곽이라면 무학대사나 울산 부자 이야기랑 짝이 되면 꼭 가봐야 할 여행의 초점이 생기게 된다.

넷째 첨단성의 향연이다. 관광은 이미 있는 것을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이야기를 예술공연으로 재연하고 레이저와 불꽃 등 첨단기술로 구현함으로써 완성된다. 첨단기술은 오늘날 관광의 의미와 흥미를 극대화하는 화룡점정에 해당된다. 건물의 벽면을 활용해 레이저 공연을 하거나 상설극장을 운용해 감동의 여운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때 관광은 다녀온 곳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잊을 수 없는 인생의 명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여행은 다른 곳에 없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고 보면 느낄 수 인상을 감동으로 바꿀 때 사람이 힘들 때 자신이 가본 곳을 회상하기도 하고 여유가 생기면 몇 번이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나와 우리의 활력소와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아무런 개성 없이 여기저기 있는 것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찾는 명승지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울은 고궁과 서울성곽 등 다른 장소와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문화자산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우수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상설극장도 많이 들어서면 좋겠다. 아울러 한강 강변이 어렵다면 청계천에 늘어선 건물에다 전등을 달고 불꽃을 결합시킨다면 서울의 새로운 야경이 등장할 것이다. 그 야경은 서울 인상을 깊게 심는 첨단의 향연이 되기도 하고 도심의 재생 사업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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