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좋은 이미지와 국가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관광은 입지조건이 좋아야만 하는 것도, 지하자원이 풍부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라도 성공할 수 없는 대박상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
첫째 상투성의 함정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서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하겠지만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여행상품이라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 10년 전에 너도나도 먹거리와 오락성을 내세워 테마파크의 광풍이 불었지만 지금 방문객은 없고 휑한 건물만 남은 곳이 많다. 지금은 또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법석을 피운다. 여행상품이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 번은 올 수 있지만 두 번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둘째 현지성의 부재이다. 관광은 찾는 장소 이외에 먹거리, 특산품 그리고 기념품과 결합돼야 부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있는 부채나 사 먹을 수 있는 삼겹살로는 사람을 한 곳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없다. 일본 홋카이도의 대표 상품으로 초콜릿, 라면, 맥주 등이 있는데, 이 중에는 다른 지역에 팔지 않고 오직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있다. 현지 판매를 고수하니까 그 상품을 사려면 홋카이도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지역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상품이 사람을 끌어들이게 된다.
셋째 특성화의 초점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추면 좋을 듯해도 다른 나라와 지역에 견주어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다면 사람을 오게 할 수 없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 유적이 많은 곳,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온천과 산림이 풍부한 곳, 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등 자신만의 장점을 끌어내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해야 한다. 만리장성이 맹강녀 설화와 누구나 한 번쯤 찾아야 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이야기랑 늘 짝이 되듯이 서울 성곽이라면 무학대사나 울산 부자 이야기랑 짝이 되면 꼭 가봐야 할 여행의 초점이 생기게 된다.
넷째 첨단성의 향연이다. 관광은 이미 있는 것을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이야기를 예술공연으로 재연하고 레이저와 불꽃 등 첨단기술로 구현함으로써 완성된다. 첨단기술은 오늘날 관광의 의미와 흥미를 극대화하는 화룡점정에 해당된다. 건물의 벽면을 활용해 레이저 공연을 하거나 상설극장을 운용해 감동의 여운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때 관광은 다녀온 곳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잊을 수 없는 인생의 명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여행은 다른 곳에 없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고 보면 느낄 수 인상을 감동으로 바꿀 때 사람이 힘들 때 자신이 가본 곳을 회상하기도 하고 여유가 생기면 몇 번이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나와 우리의 활력소와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아무런 개성 없이 여기저기 있는 것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찾는 명승지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울은 고궁과 서울성곽 등 다른 장소와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문화자산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우수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상설극장도 많이 들어서면 좋겠다. 아울러 한강 강변이 어렵다면 청계천에 늘어선 건물에다 전등을 달고 불꽃을 결합시킨다면 서울의 새로운 야경이 등장할 것이다. 그 야경은 서울 인상을 깊게 심는 첨단의 향연이 되기도 하고 도심의 재생 사업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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