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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식량 불균형 심각… 많은 이들 문제 깨닫길"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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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6 21:00:12 수정 : 2018-10-26 2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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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푸드트럭 캠페인 펼치는 셰프 샘 킴 / 美서 선배들 따라 푸드트럭 봉사 / 고급요리 아닌 음식의 다른 면 봐 / 옥스팜 손잡고 2015년 봉사 시작 / 그간 1620명 정기후원 이끌어내 / 지구촌 8억여명 영양실조 시달려 / 힘 닿는 데까지 도움 이어갈 것 “불균형하다고 해야 하나요. 지구 반대편에는 물이 없어 물도 못 마시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슈퍼맨처럼 당장 도와 달라는 건 아니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옥스팜코리아와 세계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한 ‘푸드 트럭’ 캠페인을 진행 중인 셰프 샘 킴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식량 불균형 문제, 한 끼의 소중함 등을 얘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국제 구호 단체 옥스팜코리아(대표 지경영)와 세계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한 ‘푸드 트럭’ 캠페인을 벌이는 셰프 샘 킴(41·본명 김희태)의 생각은 확고했다. 식량 불균형 문제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전 세계 8억명이 식량 부족으로 영양 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시간을 쪼개 전국을 돌며 4년째 캠페인을 이어 가는 이유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인 지난 16일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푸드 트럭 자원봉사는 오랜 꿈이었다고 말했다.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미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푸드 트럭 행사에 선배들을 따라간 적이 있어요. 요리 하면 늘 고급 요리만 생각하다가 음식의 다른 면모를 봤죠. 신세계였어요. ‘의미 있는 일이다, 언젠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옥스팜을 만나 푸드 트럭을 제안했는데 의견이 맞았던 거죠.”

샘 킴은 그간 손수 만든 1만3300인분의 음식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한 끼를 나누는 의미를 알렸다.

캠페인은 2015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13차례에 걸쳐 32곳에서 진행됐다. 한 번 할 때마다 도시를 옮겨가며 1박 2일간 진행한다. 그가 보나세라 보조 셰프들과 재능 기부에 나서면 옥스팜이 식재료비, 운반 등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

그는 원칙주의자다. 푸드 트럭에서도 ‘자연주의’란 요리 철학을 고수한다.

일주일 전 좋은 식재료를 주문하고 사나흘 간 음식 준비에만 매달린다. 보조 셰프 2명도 투입된다. 현장에서 즉석조리하기 어려워 어느 정도 준비해 두는 것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관건이다.

그는 “제가 표방하는 자연주의는 인위적으로 간을 하기 보다 식재료에서 나오는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라며 “(자연주의 하면 흔히 생각하는) 병원 밥이나 절밥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잘 숙성돼 짠맛이 나오는 치즈만으로도 다양한 간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는 소금이나 후추를 빼면 조미료가 아예 없다고 한다.

푸드 트럭을 하다 보면 힘든 점도 없지 않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는데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어서다.

“저를 포함해 3명이 매번 1000인분을 해야 하니 힘들 때도 있죠. 레스토랑에서는 점심과 저녁 때마다 주방의 14명이 딱 30명의 손님을 위해서만 요리하거든요. 시간제한도 많이 받습니다.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요.”

이는 그가 특기인 파스타를 주로 선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면이 붇지 않게 긴 면 대신 짧은 면을 쓴다. 반응도 좋다.

한 끼 식사를 나눠주며 식량 위기를 알린 그의 진심은 통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푸드 트럭을 통해 1620명이 옥스팜의 정기 후원자가 됐다.

“다들 마음이 많이 닫혀 있진 않으시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바로 후원에 동참해주시고, ‘그렇잖아도 (후원) 하나 하고 싶었는데 잘됐네’라며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푸드 트럭은 그에게 매번 새로운 경험이다.

“사람들에게 식량 위기를 얘기하지만 저 스스로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또 요리사 입장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같은 음식을 먹는 표정을 보기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도 중요하죠. 음식을 입에 처음 넣었을 때 표정을 보면 어느 정도로 만족하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현장에 함께 가는 직원들에게 사람들 얼굴을 자세히 보라고 하는 건 그래서죠.”

그는 앞으로도 푸드 트럭을 타고 전국을 누빌 예정이다. 기한은 없다.

그는 “일단 힘닿는 데까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될 때까지 하기로 했다”면서 “한 번 하기로 한 거라서”라고 웃어 보였다. 미국 유학 시절 깨달았다는 음식의 다양한 면모를 알리기 위해 우직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한 달에 3만원씩 연간 36만원을 정기 후원하면 6인 기준 한 가구가 1년간 먹을 수 있는 쌀과 콩, 소금 등으로 구성된 옥스팜의 긴급 식량 키트를 지원할 수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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