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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 진화론 새 패러다임 제시

입력 : 2018-10-27 03:00:00 수정 : 2018-10-26 20: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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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2만원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2만원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자신을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며, 이 같은 이유에서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세대 간, 그리고 암수 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등 대한 방대한 연구와 죄수의 딜레마, 박쥐 실험, 꿀벌 실험 등을 보여 준다. 그의 주장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의 영역을 생명의 본질적인 면에서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유전론이다. 밈은 도킨스가 만든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을 의미한다.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이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결과적으로 밈은 유전적인 전달이 아니라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처음 출간되자마자 과학계와 일반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세기의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40여년 동안 이어진 학계와 언론의 수많은 찬사와 논쟁 속에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명실상부한 과학교양서의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킨스는 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석학이란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40만부가량 팔렸다.

저자는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한 기념판 에필로그에서 그간의 논쟁을 의식해서인지 “‘협력적 유전자’나 ‘불멸의 유전자’도 책 제목으로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독자는 사회생물학의 논쟁이 되었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 문화적 요인 가운데 인간의 본질을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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