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간극장' 의사 되겠다는 한원주에 사람들이 한 말 "잘난 여자는 결혼 못 해"

입력 : 2018-10-26 09:33:19 수정 : 2018-10-26 09:33: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93세 최고령 의사 한원주(사진)씨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사를 공개했다.

KBS1 '인간극장'에서는 일평생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사는 93세 국내 최고령 의사 한원주씨의 일생이 공개됐다.

한원주씨는 일제강점기 시절 의사였던 아버지와 선생님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자가 학교를 다니는 것이 흔하지 않았던 1949년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 대해 한원주씨는 이렇게 말했다. "비참한 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때는 여자를 노예 비슷하게 대했다. 딸 낳으면 '사돈네 계집종 낳았다'고 그랬다. 우리 부모님은 계집종이 되도록 안 키웠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여자가 의사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고. 의사가 되려는 한원주씨에게 동네 사람들은 '저 집 딸 누가 데리고 갈 거냐? 데리고 갈 사람이 없다. 남자보다 못해야 하는데 더 잘난 여자를 어떤 남자가 데리고 가서 살겠냐?'고 했다고. 


주변의 우려와 달리 물리학자였던 남편을 만난 한원주씨, 그러나 고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로 1950년 6월25일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을 시도한 것이었다.

한원주씨는 북으로 끌려갈 위기에 처했다고. 이때 그는 '임신 초기라 힘들어서 제가 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다'고 말해 위기를 모면했고, 그대로 도망쳤다. 남편도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해 재회하게 된다.

이후 미국으로 떠난 두 사람, 한원주씨는 내과 전문의를 따고 10년간 내과의로 활동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개업의로서 돈도 벌 만큼 벌었다. 한마디로 금수저 엘리트의 삶을 살며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계기로 잘 나가던 병원을 접었다. '돈도 명예도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렵고 없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차린 것. 


이에 대해 한원주씨는 "저는 돈이 하나도 없다. 기부할 수 있으면 다 기부해 버린다"면서 "아버지도 의사로 돈을 많이 벌었다. 집이 몇십 채나 됐는데 싹 다 사회에 환원시켰다"고 집안 내력이 기부임을 공개했다.

현재는 죽음을 앞둔 동년배들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10년째 내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넘어, 가족처럼 혹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한누리 온라인 뉴스 기자 han6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