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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숨은 그림 찾듯… 유적 둘러보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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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6 09:00:00 수정 : 2018-10-24 2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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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트로얀 수도원을 방문한 뒤 밤늦게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도착했다. 불가리아 서부 비토샤산 아래 소피아 분지에 자리 잡은 소피아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도나우강으로 흘러드는 이스쿠르강의 두 지류가 시내를 흐르고, 도시 곳곳에 푸른 숲이 우거져 ‘녹색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명성에 걸맞게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도시보다는 전원의 냄새가 여행에 지친 심신을 깨워준다.

커튼을 걷으니 창문 너머 거리에는 출근을 하는 바쁜 걸음의 사람들이 보인다. 현대 도심의 일상적 모습이지만 도시 전체는 전통과 역사가 잘 보존돼 있는 중세도시 느낌이다.


불가리아 왕궁이었던 국립 미술관에는 불가리아 그림 명작들이 전시돼 있다.
소피아 도심 곳곳에 자리한 역사적 건물들을 찾아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오전 내내 도심을 걸을 생각으로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선다. 호텔 정문에는 택시를 타고 내릴 때 주의 사항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요금 문제로 시비가 있을 경우 내리기 전 호텔 직원을 찾아달라는 내용이다.

발칸 반도의 전략적 위치에 있는 소피아는 트라키아, 로마, 튀르크 등의 지배를 받으며 수천년 동안 발전해 온 도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온 만큼 역사적으로 귀중한 유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 비잔틴 시대의 유적을 감상하고 공산주의 시절 불가리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소피아 구도심으로 향했다.

먼저 마주한 것은 성 소피아 교회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성 소피아 교회는 중세에는 교회로, 오스만 통치하에서는 모스크로 사용됐다. 고딕양식의 교회와는 다르게 옥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둥근 지붕이 이슬람 영향을 받은 듯하다.

불가리아 소피아의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은 1912년에 지어졌으며 러시아 건축가 알렉산더 포만체프가 설계했다.
성 소피아 교회와 멀지 않은 거리에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알렉산더 네브스키 대성당이 있다. 1912년에 지어졌으며 러시아 건축가 알렉산더 포만체프가 설계했다고 한다. 종탑 높이는 53m이며 53개의 종이 있다. 한 번에 약 5000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한다. 소피아를 대표하는 네브스키 대성당을 관광엽서 사진처럼 카메라에 담고 교회 바로 건너편에 있는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16세기에 지어진 반야 바시 모스크.
몇 걸음 더 나가니 소피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 조지 로툰다 교회가 보인다. 콘스탄틴 대왕 통치 기간인 6세기에 지어진 것이다. 로툰다 교회 가까이에 있는 지하도에 성터가 남아있다. 11세기에 지어진 성 페트카 지하 교회의 흔적이다. 이 지역을 따라 걸으면 16세기에 지어진 반야 바시 모스크도 볼 수 있다. 회교 사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박물관이 있는 회당이다.

특별히 지도를 들고 찾지 않더라도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기독교, 이슬람, 유대인들의 기념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도시가 소피아다.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충돌했던 발칸지역 특성이 도시 전체에 남아있다. 교회 건물도 서유럽과는 다르게 이슬람 사원과 교회의 양식이 함께 존재한다.

소피아의 대통령 행정건물 앞에선 불가리아 전통 복장의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교대식을 갖는다.
붉은색 교회와 하얀색 성당들을 지나며 놀라움을 안고 걷다 보니 시립 목욕탕, 시장, 교회 등 또 다른 역사 유적들을 만난다. 이곳과 인접해 있는 신학교에는 국립역사박물관,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 도심 곳곳에는 라이온 브리지, 이글 브리지, 러시아 기념물, 바실 레프스키와 같은 기념비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도심을 누비고 다시 대통령 행정 건물을 거쳐 바로 맞은편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을 차근차근 둘러보며 불가리아의 가장 귀중한 보물들을 만나보고 싶어서다. 행정건물 앞에선 불가리아 전통 복장의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교대식을 갖는다. 절도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박물관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릴라 수도원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불가리아 종교화와 목각들은 현재와는 다른 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전에 불가리아 왕궁이었던 국립 미술관과 민족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불가리아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국립민족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도 바쁜 걸음으로 둘러본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여유를 찾고 둘러보면 하루 종일이지만 이렇게 쫓기듯 뛰어다닐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이 부족함을 아쉬워하며 길을 나선다. 의심할 여지없이, 소피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들 중 하나인 국립극장을 지나쳐 비토샤대로로 들어선다.

도심 곳곳을 이리저리 헤매다 뻐근해진 다리를 쉬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번잡한 길은 마치 관광객과 시민이 어우러지는 서울 명동 거리처럼 느껴진다. 젊은이들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 거리로 조성돼 산책도 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매우 쾌적한 장소다. 벼룩시장에서 골동품과 미술품을 둘러보고 유명 브랜드 매장을 지나 노천카페에서 식사를 대신했다.

197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릴라 수도원은 중세부터 불가리아 국가 정체성의 수호자로 여겨지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호텔에 주차한 차를 찾아 릴라 수도원으로 향한다.

소피아에서 출발해 불가리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전통 수도원을 방문하기 위해 릴라 산맥으로 향한다. 차는 울창한 소나무 숲 속으로 들어간다. 혹여 산중에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앞으로 나아간다. 197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릴라 수도원은 중세부터 불가리아 국가 정체성의 수호자로 여겨지고 있다.

짙은 초록의 숲과 안개에 둘러싸인 수도원 줄무늬 돌기둥이 보이기 시작한다. 짙은 갈색의 나무와 줄무늬 띠를 두른 수도원은 신성한 분위기다. 릴라 수도원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불가리아 종교화와 목각들은 현재와는 다른 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도원 설립자인 성 이반 릴스키가 살았고 묻힌 동굴을 둘러보니 그가 왜 신성시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듯했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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