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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한국 고맙지만 기대 못 미쳐"…난민 논란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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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4 11:21:41 수정 : 2018-10-24 15: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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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인도적 체류 허가를 통보받은 예멘인들이 22일 오전 제주시 용담3동 청사 밖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Welcome vs 추방’

예멘 난민 339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서 난민 찬반 논란이 또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20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수천명이 모여 ‘난민 환영행사’와 ‘난민 반대 집회’를 동시에 여는가 하면 같은 날 배우 정우성씨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난민 옹호 발언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최고대표와 면담해 난민 동향 및 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인도적 체류만으론 고향에 있는 가족 못 데려와”

법무부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4일 예멘 난민 신청자 가운데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339명 중 120여명을 마지막으로 3차에 걸친 심사결과 통보 절차가 마무리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7일 예멘인 난민 2차 심사 후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지난달 허가된 23명을 포함해 총 난민 36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셈이다. 전체 예멘 난민 신청자 481명 중 75%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199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난민 심사를 통해 2만361명 중 7.6%인 1540명에 대해서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 준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난민 수용 찬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난민을 환영한다고 쓴 피켓을 들며 난민 환영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 난민들은 한국에 1년간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준 한국에 고마워하면서도 전적으로 만족스러워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1년 체류 허가만으로는 고향 예멘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올 수 없기 때문이다. 22일 심사결과를 통보받은 예멘인 A(38)씨는 “고향에 있는 아내와 자녀 3명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며 “잘 살고 있는지 너무나 걱정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이의제기를 준비 중인 예멘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민 난민 B(22)씨는 “1년간 체류가 허가돼 다행”이라면서도 “예멘으로 돌아가면 나같은 젊은 남성은 전쟁터에 끌려갈 게 뻔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고 토로했다.

◆주말 광화문 달군 난민 찬반 맞불집회

난민 수용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토요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난민 환영행사’와 ‘난민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맞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000여명씩 총 2000여명이 모였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난민 수용 반대 집회를 열며 ‘가짜난민 추방’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공익변호사단체와 인권단체들은 20일 세종로공원에서 ‘2018 REFUGEES WELCOME 문화제’를 열어 “한국 시민사회는 난민을 환영하며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난민 환영 선언’을 통해 “다름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가짜뉴스가 혐오를 주장하고 선동해 난민 배제 분위기를 퍼뜨리고 있다”며 “난민은 차별과 폭력의 위협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로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이날 난민 환영 행사가 열리는 건너편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제8차 난민법 폐지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라며 “국민이 싫다면 싫은 것인데 정부가 국민의 의사 표현을 입막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난민 행동은 이어 “정부는 인도적 체류 결정을 철회하고 예멘인 전원을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반 단체들은 30m 남직한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비난 섞인 함성을 내질렀지만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배우 정우성씨 옹호 발언... 강경화 장관, 유엔난민대표와 면담

예멘 난민과 관련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온 배우 정우성씨가 20일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나와 과거 난민 발언 후 쏟아진 네티즌들의 공격에 대해 자신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6~7월 “난민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닌 동등한 인격체”라는 견해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표명한 바 있다. 정씨는 이날 방송에서 “난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중이 가짜 정보를 접하면 진실이라고 믿는 게 걱정”이라며 “그 사람들의 생각을 어떤 방법으로 돌릴 수 있는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좋은 동네에서 CCTV를 갖춘 집에 살면서 난민을 수용하자는 것은 위선이라는 지적에는 “반평생 안 좋은 동네에 살다가 좋은 동네 살면 안돼요?”라고 받아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최고대표와 만나기 위해 서울 청사를 찾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그란디 대표와 면담에서 “한국 정부가 전 세계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난민 대응을 위해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정부의 의지를 전달했다. 강 장관은 이어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 그란디 대표는 “한국은 단시간 내에 난민에 대한 기여를 빠르게 확대했다”며 “강력한 파트너인 한국과 난민 문제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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