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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촉구" VS "오해·무지"… 변협·법률구조公 충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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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3 15:10:53 수정 : 2018-10-23 15: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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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소속 변호사들 '지위' 문제로 그간 쌓인 갈등 폭발
조상희 신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오른쪽)이 지난 6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서로 악수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점점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공단의 정상화를 촉구한다.”(대한변호사협회)

“공단 변호사노조의 일반적 주장만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대외에 배포한 것은 명백히 업무상 과오다.”(대한법률구조공단)

재야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와 정부 예산으로 법률구조 사업을 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조상희)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 받았다. 변협은 현재의 공단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며 정상화를 촉구한 반면 공단은 변협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공단을 비판했다며 격앙된 표정이다. 두 기관 사이에, 특히 공단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파업→이사장 교체→변호사로만 구성된 노조 출범

22일 변협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월 파업이 일어났다. 일반 직원들이 “변호사 아닌 일반 직원도 기관장, 소장 등 주요 보직을 맡게 해달라”고 공단 경영진에 요구했다. 공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변호사 비용 등을 부담할 능력이 안 되는 저소득층 서민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공단을 이용하려는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후 공단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가 박근혜정부 시절 임명된 이헌 이사장이 결국 해임되고 말았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현 문재인정부와 코드가 맞는 조상희 이사장이 취임했다.

파업 당시부터 “비(非)변호사 직원이 주요 보직을 맡는 것은 공단의 존립 목적인 ‘법률구조’와 무관하고, 일반직 직원이 공단 지소장까지 맡는 것은 법률사무소를 비전문가가 운영하는 것이 되므로 변호사법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법조계에 적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7월 공단 소속 변호사들끼리 따로 ‘변호사노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변호사들로만 구성된 국내 최초 노조’로 불리는 공단 변호사노조는 “그동안 공단 운영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노조 활동으로 근로조건을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변협 비판 보도자료 발표에 즉각 '맞불' 놓은 공단

변협은 전날 배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정상화를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공단의 현 집행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변협은 “공단이 이사장 교체 후 법과 원칙에 맞는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에 비변호사들에 의해 법률상담이 이루어지는 잘못된 운영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직제 개편 등을 통해 변호사들이 이를 지휘·감독할 수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단이 신규 채용하는 청년 변호사들의 신분을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추락시키고 해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공단도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변협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시정과 해명을 요구했다. 공단에 따르면 변호사 아닌 일반 직원에게 주요 보직을 개방하는 문제는 현재 법무부와 논의 중으로 검토 단계에 있을 뿐 시행되지 않았다. ‘비변호사에 의한 법률상담은 잘못된 운영’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현행 법률구조법상 변호사 아닌 직원도 법률상담을 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공단은 이어 “계약직 변호사와 관련된 부분 역시 일방적으로 ‘청년 변호사 신분을 정규직에서 몰아낸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달라”고 꼬집었다.

◆'공공형사변호인' 제도 신설 앞두고 갈등 가속화

변협과 공단의 갈등은 문재인정부가 직접 선택한 조 이사장 취임 이후 이제껏 변호사에 비해 공단 내에서 존재감이 작았던 일반 직원들 목소리가 커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변호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변협은 “공단의 설립 취지에 맞게 사회적 취약계층은 일반 직원이 아니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의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공단은 “변협이 공단 변호사노조의 일반적 주장만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문제는 변협과 공단의 대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법무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이른바 ‘공공형사변호인’ 제도 운영을 공단이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며 청년 변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공공형사변호인이란 중대 범죄에 한해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청년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는 이날 성명에서 “검찰과 공단이 둘 다 법무부 산하기관인데 공단이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운영한다면 수사·기소를 맡은 기관(검찰)과 변론을 맡은 기관(공단) 모두 법무부 영향 아래 놓이는 것”이라며 “형사공공변호인이 중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변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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