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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광'과 '모델 지망생' 사소한 시비…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입력 : 2018-10-23 15:37:49 수정 : 2018-11-10 10: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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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의 스토리텔링] PC방 살인사건의 재구성①
다소 쌀쌀했던 지난 14일 일요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모델 지망생 신모(21)씨가 비극적으로 숨을 거뒀다. 미쳐 피지 못한 꽃이 진 것을 대한민국이 울었다.

이에 살인 피의자를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무려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세계일보는 경찰 관계자와 112신고 녹취록, 카카오톡 메시지, 인터뷰와 증언, 각종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최대한 재구성하려고 시도했다.

◆일요일 아침 PC방 찾은 ‘만화광’ 김성수

지난 10월14일 일요일 이른 아침,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 건물의 지하 PC방. 김성수(29)씨가 들어왔다. 김씨의 동생은 이미 이날 새벽에 들어와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그날 날씨는 섭씨 7도에서 20도 사이를 오르내렸고, 구름이 적지 않았다.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김씨는 학창시절 말이 없고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만화책을 즐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등에 따르면 김씨와 같은 중학교를 다닌 동창생 A씨는 “김씨와 같은 반이었다. 김씨가 평소 조용히 학교를 다닌 탓에 큰 문제를 일으켰던 적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김성수는) 학교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마다 만화책 등을 즐겨보던 게 떠오른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데다 동생이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고 전했다. 또다른 동창 B씨는 “김씨는 평범한 친구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는 등의 일은 전혀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 뉴시스

김씨는 당시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의 목에는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김씨의 문신 문양은 일본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등장하는 닌자부대의 표식으로 추정된다. 나루토는 닌자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것으로, 1999년 연재를 시작해 2014년 완결된 키시모토 마사시의 작품이었다.

◆취직 하루 앞둔 모델 지망생 신씨, 김씨를 맞다

김씨가 게임을 하기 위해 들어온 PC방에는 신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신씨는 이날 PC방에 기분 좋게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신씨는 다음날부터 정규직 취직이 예정돼 있어서다.

신씨의 아버지는 JTBC ‘뉴스룸’ 인터뷰 등에서 “(아들이) 다음날부터 정규직으로 취직이 돼 가기로 해서 기분이 굉장히 좋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신씨는 그래서 당시 “엄마, 아빠한테 앞으로 더 잘 할테니까 지켜봐달라”고 기쁘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이루지 못한, 그의 유언이 되고 만다.

신씨는 모델 지망생이었다. 키 193cm에 체중 88kg나 되는 건장한 체격에 검도 유단자인, 이목구비가 뚜렷한 청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모델 일을 하고 싶어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고 JTBC 인터뷰에서 전했다.

◆테이블정리 놓고 첫 시비…“게임비 1000원 돌려달라”

우연히 김씨와 신씨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PC방 내부를 기웃거리던 김씨는 동생 옆자리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테이블 위 담배꽁초 등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가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신씨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을 알고 “테이블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신씨는 곧 자리를 정리했지만, 김씨 등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동생 옆자리에서 게임 하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리에 있는 담배꽁초를 빨리 치워 달라’고 했는데, (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아 화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게임을 시작했던 김씨는 “게임비 1000원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했고, 신씨는 “환불은 매니저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사장을 불러오라”고 요구했다. 갑작스러운 시비와 소란에 주위의 몇몇 손님은 상황을 지켜봤다.

◆김씨 동생의 신고…경찰 1차 충돌, 김씨 돌려보내

10월14일 오전 7시 39분쯤. 경찰 112신고센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의 112신고 녹취록 등에 따르면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다”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했더니 일 하시는 분이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 한번 중재해주시”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씨의 동생이었다. 오전 7시 42분, 신씨도 112로 전화를 해 “손님이 계속 욕을 한다,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카운터 앞에서 계속 그러신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에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신씨가 통화 중이던 오전 7시43분쯤. 서울 강서경찰서 발산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PC방 현장에 도착해 김씨와 신씨의 시비와 다툼을 말렸다. 경찰은 오전 8시쯤 김씨 형제를 진정시키고 돌려보내며 함께 PC방을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엔 폭력이 오가지도 않았고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현장을 떠났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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