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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바보" 피해 의식 김성수… 모델지망생의 꿈 꺾다

입력 : 2018-10-23 15:38:02 수정 : 2018-11-10 1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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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의 스토리텔링] PC방 살인사건의 재구성②
다소 쌀쌀했던 지난 14일 일요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모델 지망생 신모(21)씨가 비극적으로 숨을 거뒀다. 미쳐 피지 못한 꽃이 진 것에 대해 대한민국이 울었다.

이에 살인 피의자를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무려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세계일보는 경찰 관계자와 112신고 녹취록, 카카오톡 메시지, 인터뷰와 증언, 각종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최대한 추적하려고 시도했다(①에서 이어짐).

◆“나만 바보, 억울” 피해 의식 김씨…관리자에 카톡 보낸 신씨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억울하고 분하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그 난리를 쳤는데도 돈(게임비)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고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만 바보 됐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분(憤)이 치밀어 올라 (신씨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 뉴시스

신씨도 사건이 이어질 것임을 어느 정도 느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8시4분. 신씨는 김씨 형제가 떠난 후 PC방 관리자에게 카톡을 보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전했다. 신씨가 보낸 카톡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7시30분쯤에 목에 타투하고 안경 쓴 손님이 자리(를) 치워달라(고해)서 치워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욕하면서 카운터까지 오더니 혼자 계속 영업방해하더니 경찰 부르고 돈 환불 안 해주면 죽여버리겠다고 했거든요.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셧(셨)어요.”

비극적인 건 신씨는 이때 자신을 죽이게 되는 김씨의 행위에 대해 카톡에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하셨어요”라는 존댓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흉기 가져온 김씨, 마구 휘둘러…막지 못한 시민들

김씨는 PC방에서 300여m 떨어진 집으로 뛰어갔고 곧이어 등산용 흉기를 가져왔다. 그 동안 PC방에 있던 동생은 형을 따라 지하 1층으로 향했다. 김씨는 지상 1층에 있던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김씨는 쓰레기를 버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오던 신씨를 PC방 입구 앞 에서 덮쳤다. 경찰이 떠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싸움을 말리는 동생이 흉기를 쥔 손을 붙잡으면 다른 손으로 흉기를 옮겨 (신씨를) 찌를 정도로 작정하고 덤벼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손님들은 당시 “심하게 싸우고 있어 도울 수가 없었다”고 나중에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할 수 있던 건 신고 전화를 거는 것뿐이었다. 실제 다급한 신고 전화가 2차례 걸려왔다. 112신고 녹취록 등에 따르면 시민 한 명은 오전 8시13분쯤 “지금 싸움 났다, 피나고”라며 “빨리 와주세요”라고 통화했다. 빨리 오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이어 다른 시민도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출동해달라고 다급하게 말을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편지들. 김경호 기자

◆아버지의 기도 “하늘 나라에선 멋진 모델 되길”

추가 신고 2분 만인 8시15분. 경찰관들이 다시 현장에 도착했지만 신씨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김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신씨는 곧바로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쯤 끝내 숨졌다. 신씨의 담당의 남궁인씨는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공개했다.

신씨의 아버지는 지난 1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오늘이 삼우제였다. 세 가족이 편지를 쓰고 왔다. 아들(피해자)도 우리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멋진 모델 한 번 되어보라고(기도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강서구 PC방 앞에 꽃다발과 편지 등이 놓여있다. 김경호 기자

◆경찰은 김씨 공개…김씨 “죗값 치르겠다, 동생은 공범 아냐”

한편 경찰은 22일 서울 강서구의 PC방 앞에서 아르바이트생 신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성수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씨는 22일 정신 감정을 받기 위해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됐다. 김씨는 이날 감호소로 이송되면서 취재진에게 “잘못을 했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생이 공범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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