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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피해자라 난리"… 살인 사건에서까지 성 갈등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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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3 15:37:36 수정 : 2018-10-24 19: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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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PC방 살인' 두고 일각서 성대결 부추겨 “전형적인 ‘남적남’(남자의 적은 남자) 사건 아니야?” “여자가 피해자일 땐 가만 있더니 남자가 당하니까 유난히 난리법석인 것 같다.”

전국민적 공분을 산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두고 이처럼 성(性) 갈등을 유발하는 글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 관련 기사 댓글뿐만 아니라 ‘여성시대’나 ‘쭉빵카페’ 같은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들에서 이런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성별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을 놓고도 성 대결을 부추기는 이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가 22일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제원 기자

23일 대표적인 여초 사이트인 여성시대에서 ‘PC방’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이번 강서구 피시(PC)방 사건 남적남 오지는(‘심하다’는 뜻) 거 같아’, ‘여자는 이번 피시방 같은 엇비슷한 사건 상황 여러 번인데’, ‘강서구 사건 보고 느낀 건 남자들은 더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인 쪽에 감정이입 한다는 거’ 등의 제목이 달린 게시글 수십 개가 떴다.

일각에서는 ‘강서구 피시방으로 여남 온도 따지는 거 솔직히 좀 그래’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 피의자와 피해자의 외모 등을 언급하며 조롱 섞인 말을 내뱉는 게시글도 상당수였다. 쭉빵카페에도 ‘아 근데 남자들 열등감 진짜 무서운 듯’, ‘이번 강서구 PC방 사건이 유난히 논란되는 이유’ 따위의 제목이 붙은 게시글들이 흔하다.
서울 강서구 한 PC방 앞에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한술 더 떠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서는 이번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됐다. 워마드에서는 피해자를 ‘피방남’이라고 칭하며 모멸적인 별명을 붙이거나 김치통에 담긴 김치국물 사진을 올려 놓고 이를 피해자 시신이라고 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성 게시글·댓글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이 같은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29)씨는 “누가 봐도 안타까운 일이라 다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는 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들을 보면 피해망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채모(25·여)씨도 “이상한 행동으로 유명한 ‘일간베스트’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행동들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에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쪽지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손님 김성수(29)가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성수는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를 하다 신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이후 집에서 흉기를 갖고 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피의자 김성수 측이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와 역대 최고 기록인 100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어냈다.경찰은 김성수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김성수는 22일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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