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미국판 로또 잭팟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8-10-22 22:30:00 수정 : 2018-10-22 22:29: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국판 로또 ‘메가밀리언스’의 누적 당첨금이 16억달러(1조8120억원)로 치솟았다. 지난주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복권 사상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복권 열풍이 휘몰아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액 복권 당첨자들을 보면 노인전용 병원을 개원해 사회에 희사하거나 대학 등에 ‘통 큰 기부’를 한다. 모든 당첨자들이 이러한 ‘현명한 행복’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2005년 276만달러짜리 복권 잭팟을 터트린 영국의 로저 그리피스 부부는 100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고 포르셰 자동차를 샀다. 두바이, 모나코, 뉴욕 등지서 초호화 여행을 즐겼다. 5년 만에 집에 의문의 화재가 나면서 이들의 행복은 막을 내렸다. 남편은 바람이 났고, 결국 이혼했다. 1988년 1620만달러에 당첨되었던 미국인 윌리엄 포스트는 1년 만에 100만달러 빚을 졌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소송해 상금 3분의 1을 가져갔고, 친동생은 당첨금을 상속받을 생각으로 청부살인자를 고용했다. 그는 사업을 하다가 어음변제를 재촉하는 빚쟁이에게 총을 쏘았다가 구속됐다.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국내 복권 최고 상금액은 2003년 4월 추첨한 로또. 상금은 407억2295만원, 실수령액은 317억원. 당첨자는 경찰관이었는데 장학재단에 10억원을 기부한 뒤 공직을 그만두었다. 역대 로또 2위(상금 242억2774만원)에 당첨된 인사는 5년 만에 돈을 탕진하고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주식투자에 빠져들어 로또 영수증을 보여주며 사기행각을 벌였다. 2003년 3월에 170억1424만원에 당첨된 가장은 딸에게 제비뽑기를 시켜 번호를 선택했다. 이 가장은 하던 일을 접었고, 9개월 만에 이혼했다. 넘치는 행운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 메가밀리언스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면 100만달러 이상 복권 당첨자 사진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3억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된 인사들은 얼굴 사진이 없다. 유명세를 피하려는 꾀이다. 감당할 수 없는 복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짧은 환희에 이은 기나긴 운명의 장난을 겪어야 하는 게 복권 당첨자들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