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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도 결국 잘 태어나야 하는가"…취업 비리에 속 끓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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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3 06:00:00 수정 : 2018-10-23 11: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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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국립병원부터 서울교통공사까지 잇단 채용비리 “같은 선에서 출발하는게 아니자나요. 결국 잘 태어나는게 최고의 스펙 같아요.”

2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박모(27)씨는 최근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에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잊을 때만 하면 ‘누구의 아들이라 취업이 됐다, 누구의 아내여서 취업이 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정말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힘이 빠진다”고 푸념했다.

이번 정부의 모토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등장하는 채용청탁 등 채용비리에 많은 취업준비생들과 청년들은 기회의 균등에 의심을 품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과연 취업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했을까.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됐던 채용 비리와 청년들의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 자식 31명, 내 형제 22명’ 정규직시킨 서울교통공사

최근 불거진 취업비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재직 현황이 공개되며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공사의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 현황’에 따르면, 이 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08명 중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형제·남매가 22명으로 뒤를 이었다. 3촌은 15명, 배우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직원의 부모(6명), 며느리(1명), 형수·제수·매부(6명)도 있었다. 직원의 5촌과 6촌도 각각 2명, 1명으로 조사됐다. 신종 정규직 고용세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공사는 지난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사고 이후 자회사에 위탁했던 안전 업무를 모두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을 채용했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선 ‘무기직으로 입사하면 곧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친인척의 무기계약직 입사를 독려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108명 중 60%인 65명은 2016년 5월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 아들, 딸”이면 정규직 될 확률 2배 높은 한전 KPS

비단 서울교통공사 뿐일까.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한전KPS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 11명이 재직자의 자녀인 것으로 확인돼 고용세습이 공공 부문에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임직원 친인척의 정규직화 비율이 일반 직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KPS의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현황’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해 4월 1일자로 정규직(5급ㆍ6급)으로 전환한 기존 기간제계약직 직원 240명 가운데 11명(4.6%)이 임직원의 자녀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중 8명은 노조 조합원 자녀였다. 이들은 모두 2014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입사했으며, 3명은 채용 경위가 확인되지 않거나 미공고 채용됐다.

2008년부터 10년간 계약직으로 입사한 한전KPS 임직원의 자녀, 형제ㆍ자매, 배우자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비율은 약 43.3%로, 사내에 친인척이 없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율(18.3%)보다 2배 이상 높다.

◆‘공기업’ 그 높은 문턱, 좌절하는 20·30 취준생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팎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 분위기에 따라 이들이 ‘의도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채용돼 정규직으로 전환된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취준생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기업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9)씨는 “생각해보면 열심히 공부하는 길 말고도 아버지를 잘만나면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길이 가장 편한 길”이라며 “박탈감을 넘어서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대학에서도 좋은 학점과 토익, 스펙을 받은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섞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는 2014년에 서울대 병원에 지원한 한 취업준비생이 서류전형에 통과하지 못하고도, 평가기준 등을 바꿔 채용된 사례가 공개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취업준비생의 아버지는 모 국립대학 병원장을 지낸 유명인사였다.

전북대병원은 2013년 작업치료사 3명 선발 때 병원 최고위 간부 자녀들에게만 높은 점수를 줘 채용비리 점검 때 적발되기도 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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