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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12년형, 김성수는 심신미약?"…20만 청원 20%는 강력처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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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3 09:00:00 수정 : 2018-10-23 09: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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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국민 법감정①] 들끓는 이유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될까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은 사상 최대 참여를 이끌어냈다.

PC방 살인사건 가해자 김성수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22일 오후 기준 90만명이 강력처벌을 하자는 청원자의 주장에 공감했다. 청원자는 글에서 어린 학생이 무참히 살해당했는데도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강력범죄의 잔혹성에 반해 현행법의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은 최근 들어 끊이지 않았다. 20만명의 동의를 받은 청와대 청원 중 20%(11건)가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법 감정이 과거보다 엄격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취감형, 심신미약, 소년법 등 가해자의 형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발은 이러한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조두순 12년형, 김성수 심신미약?” 들끓는 국민분노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기고 가장 처음 20만명을 넘은 청원은 부산 사하구에서 발생한 청소년 집단폭행사건 가해자들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 중학생인 피해자는 또래 여중생 4명에게 폭행을 당해 뒷머리 피부가 찢어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 피투성이가 돼 무릎을 꿇고 있는 피해자의 사진과 가해자들이 폭행 전후 나눴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들이 언론에 공개되자 국민들은 공분했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해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부산 여중생 사건’ 가해자들이 집단 폭행을 하고 있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소년법상 14세 미만 청소년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에 그쳐 가해자 중 일부가 엄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신질환, 음주 등 심신미약에 따라 감형되는 형법기준도 국민의 분노를 샀다. 2008년 ‘나영이 사건’으로 알려진 조두순이 2020년에 출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청원자는 “조두순을 재심해서 무기징역으로 해야 한다”는 청원을 올려 60만명이 넘는 공감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조두순을 알코올 중독으로 판단, 심신미약과 고령이라는 나이상의 이유로 15년형에서 12년형으로 감형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수사담당 검사가 성폭력특별법이 아니라 형법을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현행법상 재심은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청구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과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살해한 김성수(29)에 대한 청원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성수가 우울증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심신미약 규정으로 인해 처벌이 약해질까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잇따랐다. 그 결과 관련 청원은 올라온 지 5일 만인 22일 오후 기준 9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나”며 “나쁜 마음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데 지금 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고형량 15년→30년, 형량 강해졌는데 왜 분노하나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20만명의 답변기준을 넘은 55건의 청원 중 11건이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었다. 음주,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 기준을 폐지해달라는 청원과 소년법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았고 리벤지 포르노 처벌 강화, 아동학대 처벌강화, 몰래카메라 범죄 처벌 강화 청원이 한 건씩 있었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과 강력범죄에 적용되는 형법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력범죄의 형량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실제 형법은 과거보다 엄격해졌다. 지난 2010년 이전 유기형에 대한 최대 형량은 15년 이하(가중처벌은 25년)였지만 이후 형법이 개정되며 최대 형량은 30년(가중처벌은 50년)으로 늘었다. 하지만 사형제가 20년간 집행되지 않고 있고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등의 지적이 잇따르며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는 지난 1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형벌규정이 과거보다 강화됐지만 법원에서 가능하면 형량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흉악범인 경우와 달리 일반적인 형사범죄 같은 경우 인권존중 차원에서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지 20년이 됐지만 일반 국민들은 흉악범에게 왜 사형선고를 안하냐고 지적하고 있다”며 “아니면 무기형인데 무기형은 20년간 모범수로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고 유기형도 30년까지 내릴 수 있지만 복역을 하면서 역시 모범수가 되면 감면을 해줘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국민의 법 감정을 엄격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민청원 답변에 나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처벌만이 능사는 아냐...예방 위한 복합적 접근 필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대다수 청원자는 소년법, 심신미약 감형 등 약한 형량으로 인해 범죄자들이 법을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 2일 주취감형 폐지를 촉구한 청원자는 “솜방망이 처벌 실태는 훗날 잠정적 피해자를 양산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지난해 소년법 폐지를 촉구한 청원자도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인 걸 악용해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형량을 높이는 것만이 범죄예방의 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소년법 폐지에 관한 청와대 답변에서 “형벌을 아주 강화한다고 범죄가 주느냐? 그렇진 않다”며 “범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즉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아주 단순하게 한 방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오라고 본다. 사안별로 다르고 당사자별로 다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도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벌의 엄격성을 높이는 게 일반범죄 예방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범죄 형량이 올라간다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고 범죄자들도 잘못을 저지르고 형량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어 “심신미약이 확실하지 않은데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핑계를 대거나 악용을 하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심신미약 폐지 등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같은 유형의 범죄를 조기에 적발하고 평소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먼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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