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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현장에 울려 퍼진 친구들의 호소

입력 : 2018-10-22 08:00:00 수정 : 2018-10-21 23: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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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 해운대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전역을 앞둔 윤창호(22)씨가 뇌사에 준하는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달 2일 같은 사연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약 38만명의 서명을 받는 등 수많은 이들의 힘을 얻으면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을 필두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일명 ‘윤창호법’이 발의를 앞두게 됐다.

21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는 윤씨의 친구들도 나와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행위며,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많은 이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윤씨의 친구 10명이 법안 작성에 참여했으며 △더불어민주당(45명) △자유한국당(22명) △바른미래당(21명) △민주평화당(7명) △정의당(3명) △무소속(4명) 등 국회의원 총 102명이 하 의원과 함께 법안 발의에 힘을 보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과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 제공.


윤씨의 고교 동창 예지희씨는 “9월25일 모두가 행복한 한가위, 차가운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한없이 울었다”며 “꿈과 열정이 크던 대학생, 조국을 사랑하던 군인, 자랑스럽고 든든한 아들 그리고 장난기 많고 웃음이 밝던 제 친구가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슬픔과 절망의 나날을 보내면서 만약 창호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며 “평소에도 법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며, 정의로운 사회를 본인이 만들겠다고 하던 제 친구는 분명 우리처럼 마냥 슬퍼하고 있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예씨는 “우리는 친구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뤄주자, 그리고 창호와 같은 피해자가 다신 생기지 않게 우리가 바꿔보자고 힘을 모았다”며 “10월2일 밤새 몇 번이고 고쳐 쓴 청원 글을 올린 그때 그 떨림을 잊지 못한다. 나흘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고, 열흘이 안 되어 대통령님께서 언급해주셨으며 주변에서는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때 예씨는 혼자가 아니며 많은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포기하지 말자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예씨는 “한 번 사는 인생, 사람이 살면서 이름 석 자는 남기고 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던 창호는 전 국민이 자신의 이름을 다 알게 된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우리에게 고맙다며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줄 것만 같다”며 “‘윤창호법’이 많은 사람들을 살릴 그 날, 창호도 옆에서 함께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대학 동창 김민진씨는 “해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며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술에 관대한 문화가 존재하고 검찰과 법원 그리고 국회 또한 예외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기 의지대로 술을 마셨다 할지라도 범죄 의도 없이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 범죄를 예견하면서 술을 마신 사람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제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음주운전은 분명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떠한 범죄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위”라며 “음주운전 치사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중범죄로써 인식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났던 이유는 주취자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결 때문일 수 있다”며 “법적 안정의 추구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조인은 늘 ‘법조인 법’과 ‘국민정서법’ 사이에서 알맞은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첫걸음이 ‘윤창호법’의 시행이라고 김씨는 덧붙였다.

국회를 비롯하여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대책이나 처벌 강화도 근본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김씨는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고의라는 인식을 뿌리내리기 위해 저희는 앞으로 정기적인 세미나와 토론회를 여는 등의 방법으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일어날 피해는 불시에 누군가와 누군가의 가족을 덮칠 것이고, 음주운전은 어쩌다 잘못한 실수가 아닌,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운전자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며, 이번만큼은 의원님들께서 합심해서 꼭 ‘윤창호법’의 통과를 조속히 추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 동창 박주연씨는 음주운전이 사라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박씨는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윤창호법’이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술을 먹고 운전하지 않으면 된다’는 너무나도 쉬운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며 “이것을 깨닫는 것은 여러분 스스로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으며, 아직도 음주운전을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하시는 사람이 있다면 ‘살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길 바란다고 그는 부탁했다.

 
‘윤창호법’ 주요 내용.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 제공.
‘윤창호법’ 주요 내용.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 제공.


하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가중처벌의 기준을 현행법상의 ‘3회 위반 시 가중처벌’을 ‘2회 위반 시 가중처벌’로 바꾸고 △처벌 내용의 기준이 되는 음주운전 수치 범위를 현재 혈중알코올농도 0.05%~0.2%에서 0.03%~0.13%로 전환하며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는 술이나 마약에 취해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내면 2급 살인으로 규정해 최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캐나다 밴쿠버는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윤씨의 친구들은 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방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손으로 쓴 ‘감사카드’를 전달했다.

하 의원은 “‘윤창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친구들과 함께 음주운전 처벌 강화와 국민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며 “국민들도 관심과 참여와 함께 매서운 질책을 국회에 보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회의원 3분의 1이 공동발의한 법안마저 채택되지 않으면 국회는 국민의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 안에 ‘윤창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국회가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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