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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지구촌…'쓰레기와의 전쟁' [심층기획]

입력 : 2018-10-22 08:00:00 수정 : 2018-10-22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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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물 등 64만t 바다에 버려져 거북 등 13만여 마리 폐사/하와이·캘리포니아주 사이 ‘쓰레기섬’/한반도 면적 7배… 7만9000t 모여 있어/유럽, 쓰레기 수출국 中 대신 동남아 선택/베트남 폐플라스틱 수입 1년새 21만t↑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로 바다와 대양이 더럽혀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바다와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은 신이 내려준 놀라운 선물”이라며 이렇게 촉구했다. 2013년 즉위한 이래 환경문제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교황이 쓰레기 문제에 우려를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닷속 물고기 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매년 약 64만t의 그물과 낚시도구가 바다에 버려지고, 이로 인해 13만6000마리의 바다표범, 돌고래, 거북 등이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물에 뒤엉킨 바다거북, 수십장의 비닐을 삼킨 고래 등 처참한 모습들이 공개됐다.

쓰레기 문제는 바다에 국한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가는 것을 강제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고, 플라스틱 대체품 개발에 나서는 등 세계 각국에서 ‘쓰레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우간다의 쓰레기 수거차량.
특히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청은 지난 8월부터 전국 국립공원에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재질의 음식 용기 반입행위를 금지했다. 지난 1월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자제품 폐기물 대부분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재활용 쓰레기들이 태국 등 주변국으로 밀려들어 온 데 대한 조치다.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 정도를 수입해 처리하던 중국은 지난해 7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환경 보호와 보건위생 개선을 위해 수입 쓰레기 제한 조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부터 24종의 재활용 쓰레기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태국 산업부는 “중국이 플라스틱을 금지한 이후 우리 쪽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2년 안에 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여기다 일본, 북미 등 선진국에서 수입된 쓰레기가 항구나 공장에 쌓이면서 불만이 커졌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800만t.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 등 5개국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6년 태국에서 바다로 흘러들어 간 쓰레기는 103만t으로 추정됐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는 ‘쓰레기 섬’이 된다. 최근에는 북태평양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 ‘거대한 쓰레기 섬’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쓰레기 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7배인 약 155만㎢이고, 7만9000t의 쓰레기가 모여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해양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바다 동물에게 전가된다. 지난 6월 말레이시아 접경지 인근 바다의 수로에서 탈진한 채 발견된 돌고래가 치료 중 숨졌는데, 뱃속에서는 80여장의 비닐봉지가 나왔다. 인근 해변에 떠밀려온 녹색 거북의 뱃속에는 플라스틱과 풍선 조각 등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中 쓰레기 거부하자, 전 세계 쓰레기 대란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 이후 태국으로의 쓰레기 유입량은 폭증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수입된 재활용 쓰레기와 전자제품 폐기물 규모는 21만2000t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량(14만5000t)을 넘어섰다. 이에 태국 정부는 지난달 자국 항구에 쌓인 불법 수입 쓰레기 컨테이너 2000여개를 반송 조치했다. 수입 업자들은 정식 통관 절차를 밟아 컨테이너를 수입하려 했지만, 태국 당국은 수입 쿼터를 초과하는 분량이라는 이유로 반송을 결정했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병들.

다른 주변국들도 쓰레기 수입 규제 조치를 단행하고 나섰다. 중국의 수입 금지로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의 쓰레기 처리장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대안으로 동남아 국가들을 택했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 제한 조치를 발표한 지난해부터 이들 국가의 폐플라스틱 수입은 크게 늘었다. 베트남의 경우 2016년 34만t에서 지난해 55만t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는 29만t에서 45만t으로, 인도네시아는 12만t에서 20만t으로 폭증했다.

이에 베트남은 지난 7월 종이와 플라스틱, 금속 등의 쓰레기 수입 면허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도 114개 플라스틱 쓰레기 재처리 공장의 수입 면허를 취소했다.

중국의 조치에 미국도 심각한 ‘쓰레기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주요 폐기물 처리업체에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된 것. 특히 중국이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거부한 만큼 옷가지나 케이블, 나뭇가지, 비닐봉지 등을 미리 제거하는 데 인력과 시간을 들이면서 쓰레기 처리비용이 치솟고 있다. 미 워싱턴DC는 주민들에게 재활용 처리가 가능한 쓰레기와 불가능한 쓰레기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또 쓰레기 발생량에 근거해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따르면 중국은 1992년 이래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72%를 수입했다.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로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린 배경이다.

대만 빈과일보는 지난 1∼7월 컨테이너 4만개 분량인 100만t 이상의 폐지와 폐플라스틱이 대만으로 수입됐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86개국에서 온 것인데 특히 미국과 일본, 영국의 폐기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거부한 쓰레기가 대만으로 몰려든 것이다. 미국은 이 기간에 전년에 비해 230% 늘어난 33만여t의 폐지를 대만에 수출했고, 일본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어난 11만4000t의 폐플라스틱을 대만으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수입폐기물 통제에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하자 온실가스 급증”

세계은행은 지난달 20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도시화와 인구증가로 2016년 20억t이던 세계 쓰레기 배출량이 2050년 34억t으로 7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남아시아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50년까지 남아시아의 쓰레기 배출량은 지금의 2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몰디브의 쓰레기 처리장.

세계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고소득 국가들이 세계 쓰레기의 34%를 배출하고 있고, 특히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전체 쓰레기의 23%가 나오고 있다. 고소득 국가들은 전체 쓰레기의 3분의 1 이상을 재활용하는 등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의 재활용률은 4% 미만이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전체 쓰레기의 90% 이상이 그냥 야적장에 버려지고 있다.

2016년 전체 쓰레기의 12%가량인 2억42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16억t가량 발생했다. 이는 같은 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에 해당한다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플라스틱 면봉이나 빨대, 풍선 막대, 식기 등 10개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쓰레기의 효율적 수거와 소각, 재활용을 통해 경제적, 환경적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쓰레기 재활용을 늘리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다국적기업들

대형 다국적기업들은 주요 국가들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G7(주요 7개국)의 환경부 장관들은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캐나다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코카콜라, 월마트, 이케아, 네슬레 캐나다, 다우케미컬 등의 다국적기업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G7 가운데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가 ‘해양 플라스틱 헌장’에 동참했다. 204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재사용될 수 있도록 기존 플라스틱 포장의 대안을 개발하자고 합의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이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는 2025년까지 자동차에 쓰이는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코카콜라는 판매된 용기를 수거하는 ‘쓰레기 없는 세상’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용기 제작에 평균 50%의 재활용 물질을 사용할 방침이다.

각국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국가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싱크탱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인구 550만명인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음식물 쓰레기를 6년 전인 2011년에 비해 1만4000t 줄였다. 이는 1인당 8%의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한 셈이라고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밝혔다.

한 해 85억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버려지고 있는 영국도 대체 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2042년까지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는 식당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도기백(doggy bag·남은 음식을 싸가는 봉지)’을 강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져가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 이 때문에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일반 가정의 5배에 이른다. 손님 1명의 식사당 평균 157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프랑스는 202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프랑스에서 낭비되는 음식물로 인한 비용이 한 해 평균 가구당 400유로(약 52만원)이며, 국가적으로 200억유로(약 26조752억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위성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주 공간을 고속으로 떠도는 우주 쓰레기를 로봇 팔로 붙잡아 제거하는 청소 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2020년대 전반기에 실험용 장치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 중에 6억엔(약 60억원)을 확보하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을 맡을 방침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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