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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거리 핵전력조약 폐기"…美·러 군비경쟁 다시 불붙나

입력 : 2018-10-21 16:49:27 수정 : 2018-10-21 16: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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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위반…러·중 새 협정 합의 안하면 우리도 무기 개발"
볼턴 통해 푸틴에 통보할듯…"2010년 핵탄두감축 조약도 재검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20일(현지시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소련의 냉전 말기 제동이 걸려 지금까지 억제돼온 군비경쟁이 다시 불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원유세를 위해 네바다 주 엘코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구체적인 러시아의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INF와 관련, "우리는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해왔다"면서 "미국은 러시아가 핵 합의를 위반하고 우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출국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내주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INF 파기 계획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수주 내에 조약 파기에 공식 서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를 포함해 4개국을 순방하는 볼턴 보좌관은 첫 도착지인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국가 안보 수석 격)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천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천692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서로 "상대방이 INF를 위반했다"며 논쟁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SSC-8(9M729 시스템)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가 INF 위반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통해 북대서양조양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예고 없이 핵 공격을 가할 수 있어 유럽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INF 탈퇴를 결심한 또 하나의 배경은 이날 러시아와 함께 언급한 중국이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반접근ㆍ지역거부'(A2AD) 전략의 일환으로 재래식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NYT는 지난 19일 기사에서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배치한 중거리 핵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신무기 개발을 INF가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파기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먼저 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핵 개발 경쟁이 가속하면서 '신(新)냉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를 지낸 스티븐 파이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하면 러시아가 (INF에 규정된) 제한을 준수하는 것처럼 위장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모스크바는 아무런 제약 없이 9M729 순항미사일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마음껏 배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이 INF를 실제로 탈퇴하면 러시아의 사정권에 들어오는 유럽 전역에서 이 조약이 처음에 서명되던 1980년대와 비슷한 군비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이란핵합의, 러시아의 내달 미 중간선거 개입시도 의혹 등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충돌 전선이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이날 미국의 INF 탈퇴 위협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언론 등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소식통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INF 탈퇴의) 주된 이유는 단극체제에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구상)에 대한 꿈"이라면서 "그것이 실현될까?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상원에서 정보정책과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임시위원회를 이끄는 알렉세이 푸시코프 의원은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냉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시코프 의원은 "미국이 그렇게 탈퇴하면 세계 전체의 전략적 안정성 체계가 또다시 강력한 타격을 입는 것"이라며 "미국이 2001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ABM)을 탈퇴한 게 첫 번째 타격이었는데 탈퇴를 시작하는 주체는 또다시 미국"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의 프란츠 클린세비치 의원은 "미국이 러시아를 군비경쟁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세비치 의원은 "간단히 말하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체 세계에 새롭고 위험한 난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미국은 한때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가 군비경쟁에 휘말리기를 원하는데, 그건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러시아가 어떤 환경에서도 자국 안보를 확고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INF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2010년 체결한 또 다른 중대 군축조약인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새 전략무기감축협정)를 재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의 수에 상한을 두는 조약으로 2010년 체결돼 2021년 만료를 앞두고 갱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한 관리는 "미국의 입장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재협상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뉴스타트가 그대로 연장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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