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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대 교수 “남궁인의 피해자상황 공개는 의료윤리 및 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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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1 10:26:25 수정 : 2018-10-21 13: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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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PC방 살인사건 파문 확산
윤현배 교수. 윤 교수 제공.
현직 의대 교수가 20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 담당의였던 남궁인 교수가 당시 상황과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을 상세히 공개한 것에 대해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와 의무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앞서 지난 19일 끓어오르는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과 함께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 등을 공개해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낸 바 있다.

◆윤현배 교수 “공익적인 목적 찾기 어려워…의료윤리 및 환자비밀준수 위반”

윤현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에 있었던 끔찍한 PC방 사건의 피해자를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남궁인 전문의가 당시 환자의 상태와 진료 내용에 대한 상세한 글을 어제 페북에 전체공개로 올렸으며, 하루 만에 수십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은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윤 교수는 “당연히 환자의 동의는 구하지 못했을 것이며,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언급도 어디에도 없다.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와 의무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번 이국종 교수의 환자정보 공개도 옹호하길래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남궁인 전문의는 환자비밀 준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글도 드물게 보이기는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의사가 아닌 분들의 글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의사협회나 의료윤리학회, 응급의학회 등은 무엇을 하고 있나?”고 되물었다.

그는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국종 교수와 남궁인 전문의 등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헌신과 고충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과도한 영웅심 혹은 반대로 지나친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하며, 이러한 성찰과 실천만이 우리의 업을 여전히 숭고하게 지켜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궁인 교수. 페이스북 캡쳐.
◆남궁인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춰”

남 교수는 앞서 지난 19일 끓어오르는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과 함께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 등을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한 바 있다.

남궁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함구하려고 했지만, 국민적인 관심과 공분이 모아지는 가운데 입을 열게 됐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사건 당일인 지난 14일) 일요일 아침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침대가 모자를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며 “상처가 너무 많았다.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고 했다.

남궁 교수는 이어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고, 모든 자상은 칼을 끝까지 찔러 넣었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며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인간이 인간에게 하기 어려운 범죄”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가해자가 미친 사람인 것은 당연하고, 20대 초반의 청년이 극렬한 원한이 있을까 의심했을 때 말다툼으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 경찰의 설명에 모든 의료진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남궁 교수는 의료진들과 현장 CCTV를 보며 더 경악했다며 “이미 현장에 온 몸의 피를 다 쏟아내고 왔던 것”이라며 “무력한 사회에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 교수는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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