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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극우보수논객 유튜브 채널의 '콜라보', 왜 인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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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0 06:00:00 수정 : 2018-10-20 0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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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짜뉴스’의 시대다. 물론 가짜뉴스가 최근에 일어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다. 백제 무왕이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정보로 노래를 만든 것도 가짜뉴스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 정부가 ‘조선인인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라는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퍼뜨려 조선인이 대량 학살됐을 때도 가짜뉴스가 원인이 됐다.

그러나 최근 여야가 근절을 놓고 연일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는 이 시대의 가짜뉴스는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게 하나 있다. 과거엔 가짜뉴스가 입소문 등으로 그 퍼지는 속도가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나 SNS 등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퍼지는 속도가 마치 빛의 속도를 연상케 한다. 특히 전 세계에서 하루에 약 18억명 이상이 사용한다는 유튜브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새 가짜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른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다. JTBC의 태블릿 PC 관련 국정농단 보도 이후로 극우 및 보수 성향의 시청자들은 더 이상 주류언론의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그들은 보수신문이나 종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형성했다. 그러나 탄핵국면에서 보수신문이나 종편들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일정 이상의 기여를 하면서 극우 보수 성향의 시민들에겐 그들도 ‘못 믿을 존재’가 되어버렸다. 극우 보수층들이 입맛에 맞는 뉴스를 보고 싶은 욕구를 이제는 보수논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충족시켜주게 된 것이다. 탄핵 국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심경을 KBS나 MBC 등 공중파 방송사가 아닌 <정규재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단독 인터뷰에 나선 것은 그 상징이라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이는 마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시절 진보 성향의 시민들이 진보논객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던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그렇다면 왜 극우 보수적인 성향의 노장년층들이 유튜브를 통해 정치뉴스를 소비하게 된 것일까. 먼저 노장년층들에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보다는 유튜브가 접근성이 편하다. 스마트폰 유튜브 어플리케이션에서 관심있는 정치적 이슈를 검색어로 입력하면 관련 방송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팟캐스트는 운전이나 운동 등 ‘타임킬링용’ 컨텐츠라면 유튜브는 영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집중도가 필요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노장년층들이 유튜브에 몰리는 이유다.

이를 심리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선택적 지각’과 ‘확증편향’으로 설명 가능하다. 선택적 지각은 자기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극우보수층에겐 주류언론의 팩트 기반 보도보다 극우보수 유튜브 정치채널의 가짜뉴스가 더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란 얘기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려는 경향이다. 극우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적어도 그들에겐 ‘빨갱이’처럼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 자리를 대신 했다. 참기 힘든 지금의 현실을 외면하게 해주는 극우보수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한 탄핵을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그들은 주류언론의 뉴스 소비 대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최근 한겨레가 보도한 ‘가짜뉴스’ 기획기사에 따르면 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17개 채널의 총구독자는 83만5100명에서 200만1700여명으로 1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아울러 보수논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진보논객의 채널보다 구독자 수가 훨씬 많은 것도 극우 및 보수 성향 시민들의 유튜브 채널 이용이 더 활발함을 보여준다. 11일 기준으로 ‘정규재TV’의 구독자가 26만9000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신의 한수’ 23만5000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23만명, ‘조갑제TV’ 15만5000명, ‘뉴스타운TV’ 15만2000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진보성향의 유튜브 채널 중에는 가장 많은 ‘미디어 몽구’가 17만4000명,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12만5000명으로 그 화력이 보수 성향 채널에 미치지 못한다.

유튜브 극우 및 우파 채널들의 지향점은 비슷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생겨난 문재인 정권 저격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을 당했고, 감옥에 갇힐 만큼 잘못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을 흠집내기 위한 가짜뉴스 생산에 적극적이다. 친박집회에 가장 열성적으로 나섰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문재인 정권도 가짜뉴스로 만들어진 정권이다”라는 말을 버젓이 할 정도다. 여기에 노회찬 의원의 타살설이나 JTBC 태블릿PC 조작설, 문재인 대통령 금괴 도굴설 등 각종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이낙연 총리가 베트남 주석 사망에 쓴 방명록을 김일성 주석에게 쓴 방명록이라며 조작을 가한 가짜뉴스 생산도 서슴지 않고 한다. 주류언론을 소비하지 않고 오직 유튜브로만 정치소식을 접하는 이들에겐 이게 가짜뉴스가 아닌 ‘진실’이 되어버린다는 게 문제다.

극우보수 유튜브 채널들이 가짜뉴스 생산을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정규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검증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다. 기성의 정규 언론은 팩트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어야만 보도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한 언론관이나 사명감이 없다. 아니 있을 필요가 없다. 듣기에 황당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라도 자극적이고 눈길을 끌 수만 있다면 ‘아님 말고’ 식으로 보도하고 본다.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극우보수층의 입맛을 더 확 땡기게 할 수 있다면 가짜뉴스라 하더라도 최고의 마케팅 상품이 된다. 좀 더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가짜뉴스 생산과 유통 및 확산 방지법 등의 가짜 뉴스 관련 법적 규제와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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