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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잖아요?” 받은글 사실처럼 확산하는 지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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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0 08:00:00 수정 : 2018-10-20 14: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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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연예계 지라시 논란 안팎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 18일 회사 동기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른바 연예계 지라시(ちらし·증권가 정보지)를 전달받았다. 지라시에는 ‘받은글’이라며 유명 아이돌, PD, 배우 등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들의 실명과 함께 자극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잠시 뒤 다른 지인들이 모인 단체방에도 비슷한 내용의 지라시가 공유됐다. 박씨는 “오늘 하루 받은 연예계 지라시만 4건”이라며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내용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서로 공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출처불명의 연예계 지라시가 확산하고 있다. 지라시에 등장한 인물들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고 일부는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연예인을 넘어 일반인의 피해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들 지라시는 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빈번하게 퍼지고 있어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지라시 언급 연예인 다수 “황당하다.”

지라시에 언급된 인물들은 관련 내용에 황당해 했다. 배우 조정석씨와 때아닌 염문설에 휘말린 양지원씨는 지난 18일 연예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정석과 몇 년 전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어서 친분은 있지만 지난 5년간 만남은 물론 사적인 통화나 문자 한 통 없었다”며 “이미 결혼까지 한 분이고 저 역시 남자친구와 교제 중인데 그런 루머가 돌아서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했다. 지라시에 등장한 이서진씨도 같은날 영화 관련 인터뷰장에서 자신이 언급된 지라시에 대해 “어차피 사실도 아니고 말할 가치가 없어서 그냥 흘려보냈다. 황당했다”며 난감을 표시했다.
지난 18일 지라시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한 나영석PD(왼쪽), 배우 정유미. 출처=CJ E&M, NEW

◆ 나영석∙정유미∙조정석∙YG “악성 루머 최초작성자, 온라인 게시자, 악플러 고소하겠다”

배우 정유미씨와 루머에 휩싸인 나영석PD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내용은 모두 거짓이며 최초 유포자 및 악플러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나PD는 “누가 이와 같은 적의에 가득 찬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퍼뜨리는가 하는 점에선 슬프다”며 “너무 황당해서 웃어넘겼던 어제의 소문들이 오늘의 진실인 양 둔갑하는 과정을 보며 개인적으로 깊은 슬픔과 절망을 느꼈다”고 속상해 했다.

정유미씨도 소속사를 통해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 및 유포자, 온라인 게시자, 악플러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자료 수집을 끝 마쳤고 법무 법인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지라시를 작성하고 또는 게시 유포하는 모든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며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배우 조정석씨 역시 법적대응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소속사를 통해 밝혔고 스폰서 설에 휘말린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는 19일 “허위 사실 유포자와 악플러들을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는 이른바 ‘받은글’ 지라시들.

◆ 지라시 40% 모바일 메신저로 퍼져…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피해대상 올라

작성자가 불분명하고 사실관계도 모호한 지라시, 가짜뉴스는 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의 ‘일반 국민의 가짜뉴스 인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PC·스마트폰으로 가짜뉴스를 받아봤다’고 응답한 350명의 주된 유통경로는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39.7%)였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가 27.7%,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24.3%로 그 뒤를 이었다.

이렇듯 빠르게 확산한 가짜 정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퍼지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여겨진다. 캐스 R.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루머(On Rumours·2009)>에서 루머의 확산에 대해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앞선 사람이 루머를 퍼뜨리면 다음 사람도 그대로 따라하게 되고 결국 루머에 대한 믿음은 폭포처럼 빠르게 확산하고 강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라시가 퍼진 18일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지라시에 등장한 인물들이 오르 내렸다.

이런 악성 지라시는 비단 연예계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한 대형 유통업체 사원을 둘러싼 성추문 지라시가 돌아 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원의 신상정보를 들추고 각종 가짜 영상을 공유하는 등 논란을 확산했고 피해 당사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 했다.

◆ 문 대통령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범부처 종합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며 악의적인 허위정보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은 유관 기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가짜 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경찰은 가짜뉴스 단속 고삐를 조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지난달 12일부터 ‘국민 생활 침해 허위사실 유포 사범 특별단속’ 결과 21건을 차단·삭제 요청하고 16건은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가짜뉴스 수사상황을 밝혔다.

경찰은 본청 사이버안전국장을 필두로 사이버수사과와 수사·형사과 등 4개 과가 협업하는 ‘허위사실 유포 사범 특별 단속 추진체’를 만들어 유튜브, SNS 등 온라인상 가짜뉴스 유포와 ‘지라시’ 등 사설 정보지를 통한 가짜뉴스 배포 행위를 집중 단속 중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이버상의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최초 유포자 뿐만 아니라 중간 유포자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 전문가 “카톡방에 나르는 것만으로 처벌 대상…가짜뉴스 정의부터 확립해야”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정의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를 가짜뉴스로 볼 것인가란 점에선 정치적인 논쟁이 있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9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치적 의혹을 담은 뉴스 등을 가짜뉴스로 볼 것인가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먼저 명백한 가짜뉴스의 정의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카톡방에 퍼 나르는 것만으로도 허위사실 유포 처벌범위 안에 들어가지만 현실적으로 대상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주로 처음 유포자와 대량 유포자를 대상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개인의 명예훼손이 목적인 가짜뉴스나 가짜 상품을 속여서 파는 등 가짜뉴스적 요소가 뚜렷한 사건은 대비책이 시급하고 관련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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