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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대학, 성적 좋은 아시아계 떨어뜨리는 방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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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9 08:46:24 수정 : 2018-10-19 08: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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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가 신입생을 선발할 때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제기된 행정 소송을 계기로 아이비리그 대학 등 미국 명문대학의 아시아계 차별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계 등 아시아계 지원자는 다른 인종 그룹보다 성적 등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서 앞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는 비율이 높은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튜던트 포 페어 어드미션’(SFFA)이라는 단체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이 대학이 ‘소수계 우대 정책’ (Affirmative Action)을 이용해 학업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아시안 학생을 역차별했는지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순히 이 정책 악용뿐 아니라 미국 대학의 소위 ‘종합 평가’(holistic review)라는 입학 사정 방식으로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아시아계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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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평가 방식

미국 하버드대는 1905년부터 독립적인 입학시험으로 학생을 뽑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 못지않게 자녀 교육에 다걸기를 하는 유대인이 높은 점수를 받아 하버드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에서는 1922년에 신입생의 20%가량을 유대인이 차지했다. 당시 유대인은 앵글로 색슨계(WASP) 백인보다 기부금을 잘 내지 않는 등 대학에 대한 공헌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버드대는 어떻게 해서든 유대인 신입생을 줄이려고 1923년 입시부터 입학 지원서에 인종, 종교, 부모의 성, 부친의 출생지 등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이는 일종의 유대인 찾아내기 전략이었다. 하버드는 그러나 특정 지원자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어도 무조건 낙방을 시킬 수는 없었다. 하버드대가 이때 고안한 입시 제도가 ‘입학 사정관제’이다.

입학 사정관이 성적 이외에 인성, 과외활동, 교사 추천서 등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신입생을 ‘자의적으로’ 선발하자 1933년 입시에서 유대인은 15%로 줄어들었다. 하버드대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가 하버드대의 입학사정관제와 종합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 주요 대학은 20세기부터 대부분 입학사정관제와 종합 평가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미국 대학은 고교 내신 성적(GPA), 수능(SAT 또는 ACT) 점수, 수상 경력, 에세이, 교사 추천서, 자원봉사 등 과외활동, 소수 인종 출신 등 가정환경,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뽑는다.

미 하버드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전권을 쥔 입학 사정관

미국의 ‘시티 저널’(City Journal)은 18일(현지시간) 저스틴 토레스 변호사의 기고문을 통해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가 성적 좋은 아시아계 학생을 탈락시키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 대학 입시는 무엇보다 입학 사정권이 학생 선발의 전권을 쥐고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토레스가 강조했다. 입학 사정관이 ‘종합 평가’를 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종별 할당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버드대 등 미국의 대학이 입학 사정 관련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각 대학의 학생 선발 내막이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객관적인 성적이 아니라 주관적인 ‘개인 점수’ (personal rating) 조정을 통해 아시아계를 차별하고 있지만, 미국 대학이 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토레스 변호사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내신, 수능, 에세이, 교사 추천서, 과외 활동, 인성 등의 평가 항목별로 입학 사정관이 1∼6점을 주도록 한다. 그렇게 집계된 점수를 토대로 응시자를 ‘상대적으로’ 평가한다. 입학 사정관들은 또 최종 합격자를 고를 때 응시자 별로 투표를 한다. 입학 사정관이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좋은 아시아계 학생에게 ‘개인 점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주면 종합 점수에서 밀리는 아시아계 학생은 고배를 마시게 된다.

◆아시아계 불이익

SFFA는 2000년 이후 하버드대 입시 전형에서 탈락한 아시아계 지원자 약 16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신입생은 전체의 18∼20%가량이다. 그렇지만 아시아계 학생이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했다면 아시아계 합격 비율은 40%가량이 돼야 한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성적이나 과외 활동 내용이 동일하다고 전제했을 때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합격률은 25%이다. 그렇지만 백인은 35%로 올라가고, 히스패닉은 75%, 흑인은 95%로 뛴다고 이 단체가 밝혔다. 하버드대가 의도적으로 아시아계 학생을 탈락시키고, 그만큼 타인종을 더 뽑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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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의 입시 전략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은 ‘명문대 입시 제도는 붕괴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시아계가 명문대에 진학할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입시 전략을 소개했다. 그것은 아시아계 지원자가 전형적인 아시아계 학생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계 학생은 학업 성적이 좋고,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또 의료·과학 분야 등에서 풍부한 리서치 경험을 쌓고, 자원봉사도 타인종보다 열심히 하는 편이다. 아시아계 학생이 이런 ‘전형적인’ 특성을 부각하면 입학 사정권의 눈 밖에 난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입학 사정관이 아시아계 학생은 지루하고, 독창성이 부족하며 수치로 드러나는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선망의 대상인 ‘X-팩터’(X-factor)가 부족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계 지원자는 ‘공부만 잘하는 바보(nerd)’로 비치면 명문대 입시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또한 아시아계 지원자가 에세이에서 아시아의 인종적, 문화적 특징을 드러내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애틀란틱이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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