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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녹취록'에… 궁지 몰린 사우디, 난감한 美

입력 : 2018-10-18 20:49:42 수정 : 2018-10-18 22: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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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일간지, 피살 당시 녹음 파일 첫 공개 / 총영사 옆방 서재로 끌려간 뒤 / 요원들, 구타… 손가락까지 잘라 / 고문 시작 후 7분 만에 살해돼 / 사우디 두둔하던 트럼프 한발 빼 / “터키 정부에 증거 사본 요청했다” / NYT “美정보당국 왕실 개입 포착” / 에르도안, 사우디·美 압박 여지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음 파일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개입설을 부인했던 사우디는 코너로 몰리고 있으며, 사우디와의 관계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던 미국 정부는 곤혹스럽게 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에 관한 비판 칼럼을 써왔던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영사관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샤파크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살해됐을 당시의 상황을 일부 공개했다. 살해 당시 녹음된 내용을 듣고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한 것은 예니샤파크가 처음이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영사관 수색에 관여해 녹음 파일을 들었던 터키 고위관리에 따르면 살해 발생 당시 상황은 끔찍하다. 터키 고위관리는 카슈끄지가 당일 총영사관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요원들에게 붙잡혔다고 전했다. 요원들은 구타로 고문을 시작한 뒤 카슈끄지 손가락을 자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 알 오타이비 총영사는 “이런 일은 (사무실) 밖에서 하라”며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암살팀 요원은 “살아서 사우디로 돌아가고 싶으면 입 닥쳐!”라고 윽박질렀다. 오타이비 총영사는 16일 사우디로 귀국했다.

중동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MEE)도 소식통을 인용, “카슈끄지가 총영사 옆방 서재로 끌려간 뒤 신문 절차 없이 바로 책상 위에서 살해됐다”고 전했다. 살해 현장에는 요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사우디 법의학 권위자 알 투바이지가 함께 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른 요원들에게도 자신처럼 하라고 권유했다. 카슈끄지는 고문이 시작된 뒤 7분 만에 살해됐다. 한편 카슈끄지 실종사건에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사우디 ‘요원’ 일행 중 한 명이 귀국 후 사망했다고 예니샤파크가 18일 보도했다.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이스탄불을 다녀간 사우디인 일행 가운데 마샬 사드 알보스타니 사우디공군 중위가 ‘수상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것이다.

살해 장면이 묘사된 녹취록 공개로 미국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우디와 터키를 잇달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행보나 ‘증거 부재’를 근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두둔도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터키 정부에 증거가 될 사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것이 존재하는지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존재하기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터키 정부가 카슈끄지의 피살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과 완전히 공유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NYT는 다만 미 정보당국이 카슈끄지의 실종 내지 피살에 사우디 왕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 사우디 왕실의 개입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카슈끄지의 친구로 알려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에르도완 대통령이 확보한 증거를 활용해 미국과 사우디를 압박할 여지도 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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