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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기예보, 왜 자꾸 틀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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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8 21:27:39 수정 : 2018-10-18 21: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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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이다. 아마도 날씨에 대한 불만이 가장 적은 계절이리라. 하지만 불과 몇 주 전에 25호 태풍 콩레이가 영남지방을 할퀴고 지나간 후 많은 시민이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만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상청은 범국민적 욕받이가 되곤 한다. 왜 자꾸 틀리는 걸까.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서 도입한 슈퍼컴퓨터는 정말 놀고 있는 걸까. 아니, 날씨 맞히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 미래에 다가올 일을 족집게처럼 맞힌다는 것이 쉬운 일일 수 없다. 며칠 후 태풍의 경로를 수십㎞ 이내의 정확도로 맞히는 것은 며칠 후 주식시장의 주가를 몇% 이내의 정확도로 맞히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날씨와 주식시장 모두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 변수가 맞물려 작동하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국제정세의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주식시장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것처럼, 비구름이 어디에서 발달해 어떻게 흘러갈지 맞히는 것이 특히 어려운 날들이 있다.

김대현 워싱턴 주립대 교수·대기과학
이번엔 슈퍼컴퓨터 이야기다. 슈퍼컴퓨터의 ‘슈퍼’는 어떤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뛰어난 인공지능(AI)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아니다. 슈퍼컴퓨터의 슈퍼는 슈퍼 ‘빅’이다. 슈퍼 ‘빅’ 컴퓨터, 무지하게 큰 컴퓨터라는 이야기다. AI 및 초능력과는 무관하다. 슈퍼컴퓨터 한 대에 중앙처리장치(CPU)라 불리는 연산장치가 수십만개에서 수백만개가 붙어 있다. 그러다 보니 메모리 및 네트워크가 개인용 컴퓨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복잡해지고 결국 전체 크기가 웬만한 작은 건물만 해진다. 슈퍼 ‘빅’ 컴퓨터라 불리는 이유다.

왜 그렇게나 많은 연산장치가 필요할까. 일기예보를 위해 필요한 천문학적인 계산량 때문이다. 내일 날씨를 예보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의 공기를 수천만개의 직육면체로 나누고 각각의 직육면체에서 바람, 온도, 습도, 기압에 대한 방정식을 각각 수천 번씩 풀어야 한다. 어림잡아도 수백억∼수천억 번의 계산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직 슈퍼 ‘빅’ 컴퓨터들만이 내일이 오기 전에 이 어마어마한 양의 계산을 끝낼 수 있으며 슈퍼컴퓨터가 없다면 수치연산을 통한 일기예보는 불가능하다.

물론 계산만 많이 한다고 정확한 예보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슈퍼컴퓨터에 입력자료로 들어가는 관측자료, 그리고 슈퍼컴퓨터의 연산장치들이 바쁘게 풀어내는 기상방정식, 이들의 품질이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크게 좌우한다. 광활한 전 지구에서 관측된 수많은 자료 중에서 좋은 자료들을 골라내서 양질의 입력자료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 그리고 지구의 대기와 해양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을 수식으로 담아낸 기상방정식이 일기예보에서의 핵심 원천기술들이라 할 수 있겠다.

기상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온실기체의 증가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 집중호우와 홍수, 폭염과 가뭄 등과 같은 극한 기상재해가 더욱더 빈번해질 것이다. 일기예보의 정확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한편으로는 틀린 예보에 대한 쓴소리로, 다른 한편으로는 일기예보 원천기술의 개발에 대한 관심과 격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현 워싱턴 주립대 교수·대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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