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당신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슬픔을 공부합니다

입력 : 2018-10-19 03:00:00 수정 : 2018-10-18 21:16: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문학평론가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출간
문학평론가 신형철(42·사진)의 산문들은 명징하고 따스하다. 우선 쓰는 자의 다정과 깊이 때문일 테지만, 아포리즘 문장들 후광도 크다. 그는 정작 최근 펴낸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한겨레출판)에는 “아포리즘 따위는 쓰지 않겠다는 고집이 오히려 독창적인 문학적 개성을 만들기도 한다”고 썼다. 아포리즘보다는 중언부언과 지리멸렬이 차라리 더 견디기 힘들다고 전제했지만, 그가 아포리즘을 경계한 이유는 논리를 뛰어넘어 포즈만 취하는 자세에 대한 경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아포리즘은 탄탄한 논리 위에 씌어서 설득력이 배가되는 듯하다.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라는 말에 이르게 된 과정은 이러하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 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그는 지난 7, 8년 동안의 글을 모아보니 슬픔에 대한 것들이 많아서 이것을 따로 추려 1부를 만들었다.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을 읽고는 “인간은 본래 슬픈 짐승이고 우리는 모두 슬픔의 식민지”라고 쓴다. 2부 ‘삶이 진실에 베일 때’에는 소설에 대한 글들을 모았다. ‘박완서 선생님 영전에’에 “우리는 원로 작가 한 분을 떠나보낸 게 아니라 당대의 가장 젊은 작가 하나를 잃었다”면서 “이 나라의 가장 거대한 도서관 하나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쓸쓸하다”고 바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그는 “‘소설적인 문장’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믿는 편”인데 “그저 아름답게 쓰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소설적인 문장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속에서 고뇌한 흔적을 품고 있는 문장”이라고 전한다.

3부 ‘그래도 우리의 나날’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촌평을, 4부 ‘시가 없으면 안되는가’에는 시에 대한 득의의 생각들을 진설했다. 그는 “삶이 아주 느린 자살처럼 느껴질 때 나는 이 시를 복용한다”(‘고대 아폴로의 토르소-릴케, 둘’)고 쓴다. 5부 ‘넙치의 온전함’에 수록한, 문자메시지로 축소된 ‘당신의 (역)진화’는 명징하다. “얼굴에서 음성으로, 음성에서 글자로, 당신은 축소 조정돼왔다. 그러면서 당신은 쉬워졌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