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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통 미사 시작부터 끝까지 뜨거웠던 한반도 평화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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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8 16:55:11 수정 : 2018-10-18 16: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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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명과 기독 문화의 중심지 로마 교황청에서 17일(현지시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미사 참석 및 기념연설은 우리나라나 교황청으로서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나라로부터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교황청이지만 일국 정상이 12억 가톨릭 인구의 영적 중심지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연설을 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워낙 역사가 긴 교황청이어서 비슷한 사례 유무를 확인하기 쉽지않지만 “매우 특별하고 이례적인 일(unique and exceptional)”이라는게 교황청 설명이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한인 수녀도 “ 교황청에서 9년째 있는데 단 한번도 외국 정상이 와서 연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현직 대통령이 방송 생중계하에 종교의식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특별한 파격이 성사된 과정에 대해 권혁우 주교황청 공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일정을 협의하면서 우리 측이 먼저 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제안하자 교황청에서 무슨 주제로 할 것인지를 물었고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하자’는 내용으로 협의가 이뤄졌다”며 “교황청에서는 대통령께서 무엇을 하셨으면 좋겠는지 물었고 연설을 하겠다고 한 우리 제안을 교황청이 수락해 이례적인 대통령 연설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는 시작도 파격이었다. 교황청의 총리 역할을 맡고 있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제단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상당히 연습했음이 분명한 우리말로 축원하며 미사 집전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미소로 이를 반겼고 교황청 성직자 및 현지 외교단, 문 대통령 수행단과 함께 자리를 채운 한인 성직자 및 로마 교민 속에선 웃음소리도 들렸다.

미사 참석자는 총 800여명에 달했지만 미사가 열린 공간은 거대한 성베드로 대성당내 일부였다. 초대 교황 베드로가 묻힌 자리 위에 있는 중앙 돔과 발다키노(천개, 天蓋)를 기준으로 십자 형태인 대성당의 상부에서만 이뤄졌다. 통상 일반인, 신자는 발다키노 하부까지만 접근이 가능하나 문 대통령과 이날 미사 참석자들은 상부 왼쪽 ‘기도의 문’으로 입장해 평소 바라만봤던 대성당 상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만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과 파롤린 국무원장은 함께 입장하면서 짧은 대화도 나눴다. 문 대통령이 “평화” 관련 인사말을 하자 파롤린 국무원장은 “큰 사명을 갖고 계신다. 하느님의 섭리를 행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파롤린 원장의 강론은 성당에 모인 사람들 대다수가 한국인임을 배려해 현지에서 유학 중인 장이태 신부(로마유학사제단협의회 회장)가 대독했다. 강론은 부활 이후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나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한 예수님의 이야기를 담은 요한복음을 매개로 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날 강론은 “이 저녁,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온 세상을 위한 평화의 선물을 간청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오랫동안의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합시다”라는 구절로 시작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사흘 전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된 교황 바오로 6세의 말도 인용됐다. “언제나 평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세상이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건설하며,평화를 방어하도록, 그리고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는 전쟁을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들에 맞서도록 세상을 교육해 주어야 합니다”에 이어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용서의 길은 가능해지고, 민족들 가운데에서 형제애를 선택함은 구체적인 것이 되며, 평화는 세계 공동체를 이루는 주체들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됩니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진 보편지향 기도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염원이 구체적으로 표출됐다. 대표 기도자가 “평화의 주님,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의지를 심어 주시어, 그들이 세상의 안녕과 정의 실현을 위하여 욕심을버리고, 참된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소서”라고 기원했다.

‘분단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기도’도 울림을 줬다. 기도자는 “세계 곳곳에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이유로 갈라진 민족들을 굽어보시어, 그들이 갈라짐으로 인한 아픔들을 이겨내고 일치를 향한 발걸음을힘차게 내디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미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환호와 박수 속에 제단으로 나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주제로 연설했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모습을 나타내자 신자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나왔고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좌중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쏟아냈다. 국무원장과 나란히 걸어 내려온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간절함을 담았다”고 말하자 국무원장은 “계속해서 기도합시다”라고 화답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퇴장까지 10여분 이상 몰려든 교민들과 기념촬영 등 교감하며 이동해야했다.

로마=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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