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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5000년 세월 거슬러… 흥망성쇠, 그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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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8 10:00:00 수정 : 2018-10-17 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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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불가리아 벨리코투르노보∼트로얀
이른 아침 찾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어제와 다른 언어의 아침 인사가 들린다. ‘도브로 우트로!’ 불가리아어 아침인사다. 반갑게 웃으며 좌석을 안내하는 호텔 여직원을 따라 벨리코투르노보에서 불가리아에서의 첫 아침을 맞는다. 전날 늦은 시간 호텔에 도착해 몸은 피곤하지만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관광 채비를 서두른다. 다양한 관광지와 도시에 관한 정보를 호텔 직원에게 듣고 지도를 얻어 호텔을 나선다. 불가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벨리코투르노보는 불가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역사가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에는 ‘투르노보’로 불리다가 ‘큰’, ‘위대한’의 뜻을 가진 불가리아 형용사 ‘벨리코’가 붙여졌다.

벨리코투르노보는 12세기부터 14세기에 요새가 지어져 급속히 발전했고, 불가리아 제국의 수도로 성장했다. 14세기 비잔틴 제국이 쇠퇴하면서 발칸반도와 슬라브계 정교회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한때는 ‘제3의 로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문화 유적지인 중세 요새로 첫걸음을 옮긴다. 12세기부터 14세기에 지어진 견고한 요새로 도시는 급속히 발전했고, 불가리아 제국의 수도로 성장했다. 14세기 비잔틴 제국이 쇠퇴하면서 발칸반도와 슬라브계 정교회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한때는 ‘제3의 로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폐쇄된 요새는 위압적이기보다는 조용한 중세 마을의 분위기다. 돌길을 따라 오르니 차레베츠 언덕 가장 높은 곳에 국왕의 저택이 있고, 옆으로 예수의 유산이라는 총독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온 듯한 관광객과 지역 학생들처럼 보이는 단체 관광객을 따라 성벽 길을 함께 오른다.

차레베츠 언덕 가장 높은 곳에 국왕의 저택이 있고, 옆으로 예수의 유산이라는 총독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온 듯한 관광객과 지역 학생들처럼 보이는 단체 관광객을 따라 성벽 길을 함께 오른다.
요새가 위치한 차레베츠 언덕 공터에는 음향과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다. 뜬금없어 보여 우리를 계속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학생에게 물었더니 이곳에서 공휴일이나 축제일에 무료 전통 공연을 한다고 얘기해준다. 여럿 학생들이 모여 서툰 영어로 한마디씩 설명을 거든다. 그들도 낯선 영어를 쓰며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나 보다. 음향과 조명으로 불가리아의 영광스럽고 비극적인 역사를 들려준다고 하니 흥미롭다.

이곳에서 1829년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으로 6000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역사의 한 장면을 뒤로하고 학생들 발걸음을 쫓아 근처의 또 다른 역사적인 언덕 트라페지차에 올랐다. 언뜻 폐허처럼 보이는 돌 위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순간으로 이동하는 듯하다. 발굴지를 따라 걸으니 200년 전에 지어진 집들이 줄지어 있는 공예거리가 나타난다. 요새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공예품과 기념품 가게, 화랑들이 있는 시장거리는 마치 우리나라 민속촌 같다. 강둑을 따라 원형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집들을 바라보니 불가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선정되고 발칸 문화 관광 수도로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원전 4∼3세기에 조성된 카잔루크 고분은 전형적인 트라키아 장례식 건축물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다. 그 옆에 같은 크기로 만든 복제품이 세워져 있다.
5000년 역사를 가진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뒤로하고 카잔루크(Kazanlak)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불가리아의 중심, 카잔루크 분지 서쪽 지역에 있는 마을 카잔루크는 트라키아 왕들의 고향으로 매력적인 관광지다. 가장 크고 잘 보존된 트라키아의 무덤이 발견돼 장미 박물관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됐다. 이름처럼 장미향이 반갑게 맞아줄 거라는 기대를 안고 1시간 30분을 운전하며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장미 축제는 이미 끝났고, 장미가 피는 시기도 지났다고 한다. 밀려오는 허탈감으로 1984년 설립된 장미 박물관에 들러 아쉬움을 달랬다.

불가리아는 전 세계에서 고급 장미오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다. 5월에 열리는 카잔루크 장미축제에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불가리아는 전 세계에서 고급 장미오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다. 5월에 열리는 장미축제에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때는 계곡 전체에 장미향기가 진동한다고 한다.

근처 식당에서 가벼운 점심을 하고, 카잔루크 고분으로 향했다. 기원전 4∼3세기에 조성된 카잔루크 고분은 전형적인 트라키아 장례식 건축물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다. 그 옆에 같은 크기로 만든 복제품이 세워져 있다. 고고학적 재료와 벽화를 보여주는 이 무덤은 1979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불가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트라키아 문화유산 중 하나가 됐다. 입구에서 불가리아 장미향 제품을 기념품으로 구입하고 발길을 돌렸다. 붉게 장미로 뒤덮인 마을을 상상하고 들렀지만 카잔루크에서는 기념품 몇 가지만을 건지고 트로얀(Troyan)을 향해 떠났다.

카잔루크에서 트로얀은 2시간 정도 거리이다. 트로얀은 해발 450m 높이에 있는 중부 발칸 산맥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기원전 11세기부터 10세기까지 고대 그리스 북방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의 주민인 트라키아인의 정착지였다고 한다. 트로얀이라는 이름도 이 지역을 통과하는 로마 도로의 라틴 이름인 ‘비아 트라자나(Via Trajana)에서 유래했다. 이 로마 도로 연장선상에서 20개 이상의 요새가 발견됐다.

발칸 중앙 국립공원은 보호 지역 공원(PAN Parks Foundation)으로 지정될 만큼 생물학적 다양성의 가치가 뛰어나다. 약 2340종의 동식물들이 존재하며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와 야생 동물들에게 은신처이기도 하다.
카잔루크를 벗어나니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오래된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칸 중앙 국립공원이다. 발칸산 중앙인 불가리아 중심부에 있다. 카잔루크 이웃 마을들은 중앙 발칸 국립공원 일부인 스타라플라니나 산맥의 아름다운 보호구역에 있다. 그 길을 따라 트로얀 수도원으로 향한다. 숲길에서 만나는 식물들과 동물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파노라마로 연결된다. 놀라운 풍경들을 따라 오르니 바위와 폭포들마저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발칸 중앙 국립공원 내 최고봉인 보테브 봉우리.
보테브 봉우리엔 1000개의 계단과 혁명 기념 추모비가 있다.
공원 내 최고봉은 보테브 봉우리(2376m)다. 산 정상의 1000개 계단과 혁명 기념 추모비가 눈에 띈다. 발칸 중앙 국립공원은 가장 귀중한 자연 생태 현장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의 비정부 기구로부터 보호 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물학적 다양성의 가치가 뛰어나다. 약 2340종의 동식물들이 존재하며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와 야생 동물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마지막 장소 중 하나다. 길을 따라 운전하다 잠시 차를 세워 산책하기로 했다. 가슴에 와 닿는 차가운 공기가 쾌적하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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