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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의 개헌 ‘4關’과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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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7 21:15:06 수정 : 2018-10-17 21: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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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위기 때마다 양국 갈등 조장… 예의주시해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후 헌법 개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10·2 개각 및 주요 당직 개편에서는 개헌과 관련된 당내 핵심 포스트인 총무회장과 헌법개정추진본부장에 측근을 기용했다. 지난 14일 육상자위대 사열식에서는 “모든 자위대원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 책임”이라고 개헌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1946년 제정된 소위 평화헌법의 제9조 1항은 무력을 통한 국제분쟁 해결의 영구 포기, 2항은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 불보지(不保持·불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개헌 방향은 기존 조항을 그대로 놔둔 채 총리를 지휘감독자로 하는 실력 조직인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을 제3항으로 신설해 자위대의 헌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1, 2항이 수정되거나 삭제될 경우 야기될 국제적 논란과 국내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나름의 절충으로 보인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아베 총리의 개헌 야망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4가지 관문, 즉 4관(關)을 돌파해야 한다. 첫째, 일사불란한 개헌 전선 구축을 위한 당내 반대파 설득이다. 당 총재선거에서 당 소속 중·참의원 의원 표 405표 중 맞수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73표를 획득했다. 야당이 반개헌을 기치로 결집하는 분위기여서 이들이 이탈할 경우 개헌 전략에 차질이 올 수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전 총리도 내년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둘째는 개헌에 부정적인 공동여당 멤버인 공명당을 돌려세워야 한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하원 격)과 참의원(상원 격)에서 각각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중의원의 경우 자민당은 전체 405석 중 283석(60.86%)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개헌안 처리가 어려워 우당(友黨)인 공명당 28석(전체의 6.91%)의 지원이 절실하다.

셋째는 내년 7월쯤에 있을 참의원 선거. 현재 참의원은 242석 중 자민당(125석)과 공명당(25석)은 150석(61.98%)으로 3분의 2선에 미달 상태다. 참의원 의석 중 절반을 바꾸는 내년 선거에서는 자민당에 불리한 선거구가 많다는 평가여서 공동여당의 보유 의석은 오히려 더 줄 수 있다.

넷째는 역시 국민 여론이다. 지난 5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국민의 58%가 개헌에 반대하는 등 유보적 의견이 많아 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돼 국민투표에 부쳐져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투표 부결 시에는 내각 총사퇴의 부담도 져야 한다. 내년 아키히토(明仁) 일왕 퇴위와 신일왕 즉위를 즈음해 정치적 갈등이 증폭돼 시끄러운 상황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결국 아베 총리가 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더라도 개헌안의 국회 발의가 쉽지 않고 국민투표 통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헌과 방위력 강화, 북한 문제를 기반으로 보수층을 결집하며 판을 키워온 아베 총리에게는 지지층 이반이라는 정치적 위기가 올 수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아베 총리가 국내 보수층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외부와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 대상은 한국일 수 있다. 동북아의 국제관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과거사 문제가 계속되는 한·일 관계다. 역대 양국 지도자들은 이를 잘 알고 있어 내부 위기에 봉착하거나 동북아 정치의 판을 흔들 필요가 있을 경우 살얼음판의 한·일 관계를 이용했다. 북·미 관계가 악화하지 않으면 아베 총리가 국난(國難)을 운운하며 다시 북한 카드를 쓰기도 쉽지 않다. 일본의 개헌 논의 흐름과 우리에게 줄 외교안보적 영향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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