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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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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7 21:14:47 수정 : 2018-10-17 21: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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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아빠 엄마 양쪽의 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자라 넓은 시야를 가질 기회가 많다. 반면, 부모의 낯선 외국 생활과 다른 언어의 영향을 받아서 불안한 마음을 가지기 쉽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가 적지 않다. 이처럼 어릴 때 가정환경이 아이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언어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큰 영향을 준다.

대개 신체적인 발달과 학습적인 발달을 몇 살이 되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수치가 있기에 그 자료를 참고하면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전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신체적·학습적 발달 예측이 오히려 부모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 때가 있다. 그때그때 나이에 따라 판단하고 비교하게 되면 성장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조금 늦은 것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나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아이들이 어릴 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큰아들은 자기 스스로 한글을 잘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엄마가 지적 성장에 도움을 못 줘도 아이들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아들에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랬더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도 받아쓰기를 잘 못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상관없다는 듯 해맑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진학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해 빨리 한글을 익힌 후 각종 학원에 다니게 한다. 이후 중학생이 되면 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향해 질주한다. 일본도 교육열이 높다. 하지만 일본은 초·중등학교에 방과 후 활동인 부활동이 활발하고, 아이들은 그 시간만큼은 공부를 떠나 자신의 취미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부활동은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장래의 진로를 찾게 되는 기회도 된다. 그러나 향학열이 치열한 한국에서는 이러한 부활동조차 공부와 연관된 것이 많아서 아이들이 줄곧 공부에만 매달리게 된다. 이렇듯 다문화가정의 경우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부모도 아이도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돌이켜보니 우리 아이들도 한국의 교육 환경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3남매 중 두 아이는 공부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미술을 전공했다. 주위 사람들은 미술은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고 취직도 어려운데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나 전공하게 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전공은 취업을 우선시하기보다 적성을 고려해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전공을 흥미 위주로 선택하는 것은 취직이 어려운 세상에서 꿈같은 이야기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진 세상에서 삶의 설계도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은 없는 것이 아닐까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진정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면 부모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부모의 그림자에 갇혀서 의미 없는 공부를 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후회하기 때문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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