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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에도 묻지 못하는 우린 죄인들”…워킹맘은 유치원사태에 왜 두번 우나

입력 : 2018-10-17 06:00:00 수정 : 2018-10-17 13: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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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왜] 사립 유치원 감사결과 공개 후폭풍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밉게 볼까 봐 말도 못하고...”

교육청 감사 결과 상당수 사립 유치원들이 회계부정 등을 통해 각종 비리나 부조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며 큰 파문이 일고 있지만 ‘워킹맘’ 양모씨(35)는 16일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양씨는 그동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찝찝한 일들이 있었지만 ‘괜찮겠지’하며 넘어갔다고 한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다행히 아이를 보내는 유치원 이름이 비리 유치원 목록에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라며 “곧 공개된다는 나머지 목록에 이름이 있을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텅 빈 유치원 알림장 식단표.앱 캡처

◆학부모들 “어디에 썼는지 몰라도 물어볼 수 없어”

양씨에 따르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원비 외에 특별활동비를 따로 받는다. 유치원 측은 아이들의 체육-미술 활동을 위한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데에 이 돈이 쓰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치원 측은 종종 “외부 강사가 일이 생겨 이번 주는 못 오게 됐다”고 통보했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5)씨도 매달 2~3회씩 특별활동비를 내야 했다. 운동회-학예회-생일파티 등 명목은 다양했다. 그런데 사진으로 본 행사 모습은 자신이 낸 돈에 비해 초라해 보였다. 왜 이리 돈을 자주 걷나 의아했지만, 혹시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싶어 이의제기조차 못했다고 한다. 유치원 측은 원비, 특별활동비 등이 어디에 쓰이는지 회계 자료를 따로 공개해주지 않았다.

◆‘까탈스러운 엄마’ 될까 두려운 학부모들

여섯 살 아들을 둔 윤모(32)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경악했다. 자신을 전직 유치원 교사로 밝힌 글쓴이는 “닭 3마리를 넣고 우린 국물로 200명이 넘는 아이와 교사들이 닭곰탕을 먹었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제가 유치원 내부에서 본 것(비리)만 해도 한둘이 아닌데 제가 근무했던 기관들은 명단에 없다”고 밝혔다.

유치원 측은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가정통신문, 유치원 행사 소식, 아이들 사진, 식단 등을 공지한다. 하지만 이 앱 식단 메뉴에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올라오지 않았다. 윤씨는 “‘까다로운 엄마’로 보일까 봐 유치원 측에 식단 사진을 요구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맞벌이 엄마들 “아이한테 그저 미안할 뿐”

이날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3명의 엄마는 사립 유치원 감사결과에 대해 “아이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못 받았을까 봐 제일 화가 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보냈다. 원생 학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우리 유치원은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며 “이번 비리 유치원 사태를 보니 아이에게 해가 갔을까 너무 걱정된다. 그런데도 아이를 등원시키는 방법밖에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연합뉴스

◆갈 곳 잃은 원생들... 빠른 대책 필요

사립 유치원 문제를 폭로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5일 누리과정 예산을 현행 지원금에서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 등을 포함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실적으로 법률이 개정돼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내일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학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속이 탄다”며 “교육 당국의 실질적이고 빠른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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