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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강의실에서 음란행위”…누가 그를 ‘동덕여대 알몸남’ 만들었나

입력 : 2018-10-17 06:00:00 수정 : 2018-10-17 0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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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왜] 야외노출 공유 SNS 문화와 미성숙한 성 등 지적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열린 ‘안전한 동덕여대를 위한 민주동덕인 필리버스터’.
서울 동덕여대의 빈 강의실에서 한 남성이 나체로 음란행위를 하는 사진과 영상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 여대라는 금남의 공간에서 남성의 음란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동덕여대 재학생들과 여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교내집회를 통해 여성안전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15일 사진을 촬영한 박모(28)씨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붙잡았다. 무엇이 박씨를 이런 무모한 행동으로 이끌었을까.

◆ ‘야외노출’ 즐기는 그들만의 트위터 공간

16일 트위터 등을 살펴본 결과 ‘야노’, ‘야외노출’, ‘일탈’, ‘변남(변태남자)’, ‘변녀(변태여자)’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최근까지 수십건 검색됐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이들은 공원 자판기 앞, 공공 화장실, 아파트 계단 등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음란행위를 하는 사진과 영상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박씨가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곳곳에서 알몸으로 음란행위를 한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모습. 트위터 캡처
박씨 역시 지난 6일 트위터에 ‘어느 여대에서’라는 제목으로 동덕여대 강의실, 화장실, 정수기 옆에서 찍은 음란행위 사진과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야외노출, 야노(야외노출의 약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같은 관심사가 있는 누리꾼과 이를 공유했다. 당시 박씨의 팔로워는 800여명에 달했다. 박씨는 동덕여대뿐만 아니라 서울 건국대 인근, 자양중∙고, 역삼공원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 음란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에 올라온 야외노출 인증 글들.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 야외노출 사진을 올린 이들은 “야외 노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메신저 아이디까지 공개해 서로 촬영해줄 사람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누가 봤을라나”, “반응이 많을수록 흥분 된다”는 이들의 게시글에는 남들 몰래 노출을 해 스릴을 즐기려는 심리가 담겨있었다. 박씨도 경찰조사에서 “SNS에서 노출사진을 검색하던 중 ‘야외노출’ 사진을 접하며 성적 만족을 느끼게 됐다”며 “음란행위를 촬영하고 게시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슬아슬한 ‘야외노출’…청소년에게 무방비

트위터 등 SNS에는 이런 음란행위 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별다른 성인인증 절차는 없었다. 누리꾼들의 불법 게시물 신고에 따라 ‘이 미디어는 민감한 콘텐츠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구가 표시됐지만 게시물 자체가 지워지지 않아 청소년에게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의 ‘2016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성인물을 접했다는 청소년 2784명 중 ‘성인인증을 거쳤다’고 답한 청소년은 26%에 불과했다. SNS가 음란물의 유통창구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란 콘텐츠들이 청소년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 본사를 둔 SNS 텀블러와 트위터에 음란물이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음란물, 성매매 관련 글 등 불법·유해 정보로 시정요구를 가장 많이 받은 SNS는 미국 야후의 SNS인 ‘텀블러(11만9205건)’였다. 다음으로 미국의 트위터가 4만3857건으로 시정요구가 많았다.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열린 ‘안전한 동덕여대를 위한 민주동덕인 필리버스터’.

◆공연음란죄 등 법적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노출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경우 현행법상 공연음란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남몰래 노출을 했더라도 박씨처럼 온라인 공간에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면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음란물 유포죄는 징역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런 처벌수준이 대부분 벌금형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재판을 받은 1680명중 징역형은 30명(1.8%)에 불과했다. 공연음란죄의 경우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서울동부지법은 6월 한양대 앞 골목길에서 성기를 드러내고 음란행위를 한 회사원 지모(51)에게 지난 11일 벌금 100만원에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16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SNS 음란물 유포사건 경과보고 및 안전한 대학을 만들기 위한 공청회’ 김경호 기자

◆빈 강의실에서 음란행위…취약한 남성성이 원인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를 성도착증의 일종인 ‘노출증’이라고 진단하며 겉으로 거친 행동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취약한 남성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강동우 S성의학연구소’의 강동우 원장은 1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노출증 특징을 가진 환자를 분석하면 남성성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사랑하는 대상에 욕구를 풀지 못하고 익명상태에서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원장은 “이들은 사람이 없는 새벽에 음란행위를 한다든가 자기보다 아래라고 여기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등 노출을 하면서 되레 노출되지 않은 상황을 원한다”며 “이들의 노출행위는 여자 앞에서 자신이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 강의실에서 음란행위를 하거나 익명의 공간인 SNS에 영상을 올리는 것도 이런 특징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적인 연애로 성의식이 올라가야하는데 성심리가 어린시절에 고착화된 것도 노출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성에 대한 소심함, 불안,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 재활,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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