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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조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원은희.

같은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고, 어떤 달빛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또 어떤 달은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걸리기도 한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달이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우리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달을 보며 광대처럼 살아온 나의 삶을 생각해 본다. 나는 오동잎에 내려앉은 달빛처럼 멋을 부리며 살기도 했고, 바다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달빛처럼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면서 살기도 했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던 달빛처럼 살던 나를 식구들은 가슴 조이며 아슬아슬하게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달빛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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