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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의세상보기] ‘밀레니얼 세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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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5 21:23:02 수정 : 2019-03-22 17: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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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조직 진입… 절반에 육박/‘근자감’ 넘치고 ‘워라밸’ 중시/ 힘들게 취업 후 30% “이직 고려”/ 틀에 맞춰 자란 부작용 아닐까

대학가는 지금 ‘캠리’(캠퍼스 리크루팅 약자·기업의 채용설명회)가 한창이다. 이제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때로는 강의실에 들어가는 대신 취업설명회에 참석하는 학생을 위해 출석 인정서를 발급해 주기도 한다. 그만큼 졸업 예정자 취업률이 대학가의 절박한 이슈임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1980~2000년 초반 출생을 ‘밀레니얼 세대’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규모로 조직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얼들만의 독특한 행동양식과 태도, 그리고 근로 윤리 등을 둘러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조직 내 비중이 3분의 1을 넘어 절반에 육박하게 되면서 기존의 조직문화를 향해 신세대친화적으로 변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최근 5년 사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조직 내 밀레니얼 세대 연구는 이들의 두 얼굴을 포착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구 초기엔 밀레니얼 세대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곧 이들은 ‘나를 봐 주세요 세대’라는 호칭 그대로, 과도하게 자기중심적이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데다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져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결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이요 소속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직장 내 상사나 기성세대와의 소통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며, 소명감에 근거한 근로의식도 취약해서 조직 차원의 원활한 소통 및 성과 창출을 위한 기여도가 극히 낮다는 혹평과 비판에 노출됐다. 권위를 인정하고 그에 순응하는 데 인색하다는 점, 더불어 취업 동기가 상대적으로 모호하다는 점도 밀레니얼 세대의 약점으로 지목됐다.

 

밀레니얼 세대를 둘러싼 부정 일변도의 통념 내지 평가의 뒤를 이어 이들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한 연구도 축적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강점으로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볼 때 인종 성 섹슈얼리티 등의 다양성에 대해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첨단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빠르게 수용하고 활용한다는 점,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신선한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모색한다는 점, 나아가 이전 세대에 비해 팀워크에 강하다는 점 등이 다양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

 

이 이외에도 밀레니얼들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에 민감하다는 점, 칭찬과 인정을 갈망한다는 점,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운데 ‘일 우선 이데올로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생활을 희생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이 밀레니얼 특유의 독특한 행동양식 및 가치관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의 두 얼굴은 한국 상황에서도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특별히 주목을 요하는 특징도 있다. 취업 시장 내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안타까움은 예상외로 심각하다. 구직난(求職難)과 구인난(求人難)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구인난 쪽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일자리 경쟁률은 어머어마한 반면 중소기업은 만성적 구인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사회문제로 부상한 ‘청년실업’을 향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직 차원에서 보면 제한된 일자리에 취업을 갈망하는 인력이 집중되면서 극심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사람이 대기업 6~7곳에 동시 합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 ‘20곳 이상 이력서를 냈지만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푸념 또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는 물론 한 곳에서 탐내는 인재를 다른 곳에서도 탐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인재선발 기준이 점차 평준화되고 획일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지표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구조적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여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토록 힘들게 대기업에 입사했건만 ‘내가 생각했던 직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3년 이내에 이직을 고려 중’인 신입사원 비율이 평균 30%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학재학 기간 중의 취업준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우리네의 고질적 문제와 연계돼 있음은 물론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적성과 잠재력에 귀 기울일 기회를 박탈당한 채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부모 의견에 따라 전공을 선택한 후,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직장’을 선택해온 경로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전 세계의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신의 일을 통해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끼고 자신의 일과 더불어 성장하며 발전해 가는 동안, 우리의 밀레니얼들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과도한 갈등과 불필요한 좌절을 경험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의심할 여지가 없이 매우 분명함)하니, 합격통지서를 들고 기뻐하는 제자에게 진심 어린 축하인사를 전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거워온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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