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체육·복권기금까지 헐 모양이다. 가령 관광기금을 투입해 잘못된 외국어 안내판·메뉴판을 고칠 인력을 채용하는 식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는 회복세”라던 정부가 급기야 ‘땜질 대책’이나 남발하고 있으니 이런 황당한 일이 없다.
고용대란은 청년층에서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올 3분기 실업자는 106만명으로,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실업자만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44만명, 1~17시간 초단시간 근로자는 16만4000명이나 늘었다.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반(半)실업자마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용대란은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불러온 재앙이다. 경제는 더 깊은 침체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상의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는 75를 기록, 전분기보다 12포인트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자동차·부품(66), 기계(69), 철강(70), IT·가전(73) 경기가 모두 곤두박질할 것이라고 한다.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2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유지한 ‘경기 회복세’ 판단을 철회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 기업 투자, 경기 활성화와는 동떨어진 헛발질을 계속해선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도전을 우리 경제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창의와 혁신을 강조했다. 대체 그런 구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기껏 짜낸 일자리가 승객의 짐이나 들어주고 잡초 뽑는 일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이런 일자리는 국가경쟁력이나 혁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될 뿐이다.
정부가 조만간 고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투자 활성화와 혁신성장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하지만 친시장으로의 정책전환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탁상에서 소득주도성장이나 외치는 청와대 참모진부터 물갈이해야 한다. 단기 일자리나 만드는 땜질 처방식 사고로는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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