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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더불어 살아서 사람이다. 한자의 인(人)도 둘이 서로 기댄 모양새다. 물론 한자에 밝다면 인(人)은 등 굽은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라며 “무식한 소리”라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중국 문자학의 고전 ‘설문해자’를 쓴 동한 시대의 대학자 허신도 그렇게 봤다. ‘팔과 정강이 모습을 형상화했다(象臂脛之形)’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상형 역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어야 그려질 수 있다.

얼마나 많이 더불어 살아야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의 6월 ‘국민 삶의 질 여론조사’를 참고할 만하다. 가족구성별로 살펴보니 조부모·부모·자녀 세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구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대가족일수록 행복감이 높은 것이다. 1인 가구는 최하였다. 이 조사는 세계 최초로 인구동태 통계 체계를 구축한 19세기 영국 의사 윌리엄 파의 주장과 통한다. 그는 말했다. “결혼은 건강에 좋은 자산”이라고.

파가 말한 건강은 수명과 직결되는 건강이다. 가족 단위로 지내야 오래 산다는 단언인 것이다. 당연히 삶의 만족도도 높다. 후속연구가 수없이 수행됐다. 파의 주장이 뒤집힌 적도 많다. 하지만 현대 연구는 대체로 결혼·가족이 건강에 좋다는 쪽으로 수렴된다. 1995년 논문은 결혼으로 남성 수명은 7년, 여성 수명은 2년 늘어난다고 했다.

바야흐로 1인 가구 시대다. 지난해 기준 562만 가구로, 국내 가구의 28%를 웃돈다. 홀로 사는 삶, 그 만족도는 어떨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낸 보고서를 보니 대체로 높다. 10명 중 7명은 ‘만족한다’고 했다. 불만족은 드물다. 우리 사회 현실은 100년 이상 수행된 과학적 연구나 정부 조사와는 정반대로 굴러가는 셈이다. 적어도 주관적 만족도 측면에선 그렇다.

이것은 인구문제에 좋은 뉴스가 아니다. 왜 이리 굴러갈까. 프랑스 조사기관 ‘입소스’가 2011년 세계 주요 23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가 생각난다. 입소스는 2만여명에게 “배우자나 연인이 가장 큰 행복을 주는가”를 물었다. 한국인은 40%만 긍정 답변을 해 일본인과 함께 꼴찌였다.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선 헛돈을 쓰는 대신 배우자·연인 교육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이승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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