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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물부터 최루탄, 고양이까지"…국회 '깜짝 소품들'

입력 : 2018-10-12 09:05:00 수정 : 2018-10-11 23: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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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토리뉴스] 국회 의정활동과 소품 이야기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장. 태극기 집회 등을 통해 강성 보수 이미지를 굳힌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벵갈 고양이를 들고 왔다.

김 의원은 이날 벵갈 고양이를 “퓨마를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싶지만 그게 힘드니 그 새끼와 비슷한 동물을 데려왔다”며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
 
그는 지난 9월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사건을 따지기 위해 고양이를 이용했다.

가을은 국회의원들의 계절이다. 정기국회 개막과 함께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 비밀, 비리 등을 종합해 한방 터뜨리며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 부친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문서, 사진, 동영상 등을 동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따금 기상천외한 소품을 들고 나와 깜짝 놀라게 한다.

지난 10일 김 의원의 ‘벵갈 고양이’도 그런 소품 중 하나였다. 김 의원 고양이 건을 계기로 당시 국회를, 나아가 나라 전체를 들썩였던 몇 몇 희대의 소품을 모아 봤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오물’...국회 투척사건

나라를 뒤집어 놓은 국회 소품사건 하면 김두한 의원의 국회 본회의 오물투척 사건을 빼 놓을 수 없다. 오물은 점잖은 표현으로 실체는 '똥물'이었다.

김 의원은 한국 주먹사의 한 획을 그은 전설이다. 서울 종로를 중심으로 일제시대부터 광복이후, 자유당 정권에 이르기까지 주먹하면 떠 오르는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장군의 아들'은 그의 뒷골목 생활을 다룬 영화였으며 무풍지대, 야인시대 등 TV드라마에서도 으뜸가는 주먹으로 등장하곤 했다.

김두한은 1954년 3대, 1965년 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인 김두한 이름이 모든 신문 1면을 장식한 일은 1966년 9월 22일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 이틀째 일어났다.

김두한 의원은 수상하게 생긴 보따리 하나를 들고 대정부 질문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 단상에 섰다.

김 의원은 그해 5월 들통난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따졌다. 당시 울산에 '한국비료' 공장을 짓던 삼성은 사카린 2259부대(55톤 가량)을 건설자재로 위장해 들여 왔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 식료품의 단맛을 낸 사카린은 없어 못팔 지경으로 몇 배의 이득이 볼 수 있는 땅짚고 헤어치는 장사였다. 이를 한국 최고 기업에서 밀수해 판매하려 했으니 국민들 분노는 대단했다.

정일권 국무총리 등 각료들은 김 의원이 들고 나온 보따리를 재미있는 듯 봤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1966년 9월 22일 김두한 의원이 오물이 든 보따리를 옆에 두고 사카린 밀수사건을 추궁하고 있다. 정일권(왼쪽) 당시 총리는 곧이어 닥칠 똥물세례를 짐작하지 못한 채 네모난 박스를 궁금한 듯 쳐다보고 있다.

김 의원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이 밀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범죄를 저지를 만한 환경을 조성해 줬기 때문이다"며 "민족주의를 파괴하고 재벌과 유착하는 부정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현 정권을 응징하고자 한다. 당신들은 총리나 내각이 아니고 범죄 피고인에 불과하다. 우선 너희들이 밀수한 사카린 맛을 봐라"는 말과 함께 보따리를 풀어 국무위원석으로 던졌다.

바로 옆에 있던 정일권 총리는 온몸이 똥물에 젖었으며 장기영 부총리 등 다른 장관들에게도 똥물이 튀었다. 본회의장에 똥냄새가 진동, 의원들은 코를 막아야 했다.

이 일로 김두한 의원에 대해 국회 법사위는 제명을 결의, 김 의원은 의원직을 내 놓았다. 또 국회의장 모욕,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전 국무위원은 내각 총사퇴를 결의했고 오물투척 사건 당일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 국가 헌납 및 일선 퇴진을 선언해야만 했다.

◆냄새보다 더 독했던 김선동의 최루탄 투척

김두한의 똥물 투척사건이 일어난지 45년 2개월이 흐른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은 매캐한 냄새와 눈물 콧물이 범적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국회 최루탄 투척사건으로 '오물 투척'과 더불어 양대 투척사건으로 유명하다.

진보인 민주노동당 소속의 김선동 의원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국회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면서 가방속에서 최루탄을 꺼내 터뜨리고 최루 분말을 당시 사회를 보고 있던 정의화 국회 부의장에게 던졌다.

의사 출신인 정 부의장은 눈을 뜨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했으며 의원석 의원들도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는 등 고통스러워 했다. 
2011년 11월 22일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최루탄을 터뜨리고 있다. 의장석에 앉아 있던 당시 정의화 부의장은 눈을 뜨지 못하고 괴로워했고 다른 이들도 콧물, 눈물을 정신없이 흘려야 했다. 연합뉴스

외신에 크게 보도됐으며 김 의원 행동에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이 일로 김 의원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국회회의장소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은 2012년 실시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2014년 6월 12일 대법원에 의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제가 한번 누워 보겠다" 노회찬이 들고 나온 신문지 두장 반

지난 7월 23일 우리곁을 떠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2017년 10월 19일 신문지 두장 반으로 우리를 울렸다.

당시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 의원은 신문지 두 장반을 바른 종이판을 꺼내 보였다.

노 의원이 신문지를 들고 나온 까닭은 서울구치소 등 우리 수용시설의 과밀수용 문제, 이에 따른 수형자 인권침해, 3평 독방에 수형됐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한 국제 법무팀 엠에이치(MH)그룹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 10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신문지 2장 반을 붙인 종이판을 감사원장 앞에 펼친 뒤 그위에 누워 보였다. 이 크기가 재소자 1인의 잠자리 공간이라며 열악한 수용자 처우를 지적하는 한편 이보다 10배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인권침해를 반박했다. 연합뉴스

노 의원은 2016년 헌법재판소가 서울구치소 내 과밀수용 문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사실을 상기시킨 뒤 “당시 6.38㎡에 6명이 수용됐는데 1인당 평균 1.06㎡에 불과했다, 1.06㎡를 숫자로 말하니까 감이 잘 안오는데 일간신문의 2장 반이 조금 안 된다”며 황찬현 감사원장 앞에 신문지판을 깔고 그 위에 누웠다.

노 의원은 “일반 재소자들은 신문지 두 장 반을 붙인 방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제가 누운 걸 보면 알겠지만 (일반 제소자들은) 옆 사람과 닿는 이런 곳에서 자야 한다면 옆으로 자야 한다”고 생생한 현장교육(?)을 실시했다.

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CNN을 통해 교도소 수용상태에 대해 유엔 기구에 인권침해로 제소한다고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수용된 거실의 면적은 10.08㎡로 일반 수용자의 10배이다”며 “인권침해로 제소할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고양이를 퓨마라며 들고 온 김진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집회 등을 통해 강성 보수 이미지를 굳혔다. 이런 김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를 들고 와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김 의원은 벵갈 고양이를 “퓨마를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싶지만 그게 힘드니 그 새끼와 비슷한 동물을 데려왔다”며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

그는 지난 9월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사건을 따지기 위해 고양이를 이용했다.

김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저녁에 눈치 없는 퓨마가 우리를 이탈했다"며 "우리를 탈출한 지 1시간35분 만인 6시45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들고 나온 벵갈고양이. 퓨마가 우리를 탈출하자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발사 때보다 더 빨리 NSC를 소집한 것을 따지지 위해 퓨마 대신 고양이를 동원했다. 연합뉴스

이어 "이는 지난해 5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2시간33분만에 NSC가 열렸을 때보다 훨씬 민첩하게 청와대가 움직인 것이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네가 NSC 회의 멤버인데 그런 사실 없다. 소집은 사실이 아니다” 고 강하게 부인했다.

질문 말미에 김 의원은 “작은 동물도 이런 케이지에 있으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점도 우린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며 동물 애호를 강조하면서 후폭풍에 미리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김 의원은 동물 애호단체, 누리꾼들로부터 '동물 인권은 1도 생각지 않는다', '고양이가 뭔 죄가 있어 우리속에서 몇 시간 고통받아야 하냐'는 등의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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