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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난전화 좀 그만"…한해 30만건에 경찰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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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2 10:00:00 수정 : 2018-10-12 15: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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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112신고 노쇼] 경찰 장난전화 심각 지난 8월, 경기도 김포의 한 대형 할인마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에 신고한 용의자는 “폭발물을 설치했다. 위험하니 손님들을 모두 대피시키라”고 마트 직원에게 협박을 했고, 마트 측은 방송을 통해 건물 안에서 쇼핑하는 주부들과 어린이 수백명을 급하게 밖으로 이동시켰다. 경찰은 탐지견까지 동원해 2시간 동안 폭발물이 설치돼 있는지 마트 곳곳을 탐색했지만 폭발물은 찾을 수 없었다.

장난전화로 밝혀진 이 폭발물 소동으로 수십명의 경찰이 출동했고, 수백명의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전화 발신지를 추적해 마트로 전화를 건 발신처가 고양시의 정신병원 공중전화인 것을 확인했고, 이 병원의 환자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한해 30여만건의 대한민국 경찰을 상대로 한 ‘경찰 노쇼’로 인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가하는 장난전화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정작 필요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반포지구대 치안센터에는 한 남성이 뛰어가는 경찰관의 신발을 부여잡고 전화를 거는 듯한 모습과 ‘잘못 건 112신고전화 긴급출동의 발목을 잡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광고전문가 이제석씨가 제작한 홍보물로, 장난전화 때문에 긴급상황에서 경찰이 출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남정탁 기자

◆ 신고자 발견못한 112 전화, 한해 30만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3년간 허위신고 처벌 현황’에 따르면 경찰이 신고를 받은 후 신고자를 발견하지 못한 신고가 연간 30만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 30만7746건, 2016년 32만63건, 2017년 33만9256건이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7월까지만 18만2409건이었다. 경찰은 매해 1800만에서 1900만건에 이르는 신고를 받고 있고, 이 중 1000만번이 넘는 출동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매해 경찰에 장난전화가 늘어나고 있고, 일선의 경찰관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한 30대 남성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10분 후에 터진다”고 장난전화를 했다가 결국 구속됐고, 4월에는 경남 창원에 사는 30대 남성이 카페 안에 “벌금 수배자가 있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하면서 경찰관 2명이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경찰청이 이 같은 허위신고로 입건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허위신고자 4192명 중 남성(3529명)이 84.2%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1312명(31.3%)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1095명(26.1%)으로 뒤를 이었다. 20대 미만(57명)은 1.4%에 그쳤다. 허위신고자 절반 이상이 술 취한 상태(50.7%)로 파악됐고, 직업은 무직(42.1%)이 가장 많았다. 허위신고 이유로는 사회 불만(67.4%)에 이어 보복(12.9%), 장난(8%) 순이었다.

결국 40, 50대 술에 취한 남성들이 사회 불만을 애꿎은 경찰관에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지난해 허위신고로 무의미하게 투입된 경찰관 수는 3만1405명에 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일선의 모든 경찰들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 막상 신고를 받고 갔을 때 신고자가 없거나 아무런 상황이 없으면 한숨이 나온다”며 “이런 장난전화로 정작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허위신고 70%, 단순 경범죄 벌금형으로 처벌

경찰이 허위신고로 입건한 사람은 지난해 4192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이들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경범처벌로 벌금 등 즉결심판을 받고 있다 보니, 일반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허위신고 처벌 현황에 따르면 허위신고로 처벌된 건은 2014년 1913건에서 2015년 2734건, 2016년 3556건, 지난해 4192건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지난 7월까지 총 2500건이었다. 특히 이 중 대부분이 경범으로 즉결심판을 받았고, 형사입건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4192건 중 형사입건된 건은 1059건이었고 이 중 구속은 21건, 불구속은 1038건이었다.

지난해 허위신고로 처벌받은 4192건 중 벌금형이 309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구류가 26건, 과료가 13건이었다. 즉 경찰에 허위신고로 처벌받은 사람 대부분이 경찰에서 즉결심판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형법 제137조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경범죄처벌법 제3조는 거짓신고자의 경우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하기보다는 경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보니 시민들이 장난전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일 ‘사람을 죽여 자수하겠다’고 허위 신고한 50대 박모씨의 경우에도 경찰에 붙잡혀 경범죄처벌법상 허위신고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사람을 죽였다. 자수하겠다”며 119에 신고했고 119로부터 공동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 10여명은 춘천시 박씨의 집에서 술에 잔뜩 취한 박씨와 지인 3명을 발견했다. 박씨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며 “장난으로 허위신고했다”고 고백했다.

또 지난달에는 구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해결되지 않자 홧김에 술을 마신 뒤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허위신고를 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혀 경범죄로 즉결심판을 받았다.

윤 의원은 “무분별한 신고로 인해 오히려 범죄에 노출이 된 피해자가 구명받을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현장에서 노쇼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경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안승진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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