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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은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다. 버트란드 서적이라는 곳으로 1732년부터 책을 팔았으니 286년간 한곳에서 영업을 했다. 믿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입구에 기네스북 인증서를 붙여놓았다. 널찍한 공간에 수많은 책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매장 안쪽에 자리 잡은 커피숍은 관광객들이 쉬어가는 공간이다. 서점을 뛰어넘어 문화탐방 코스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은 대오서점이다. 6·25전쟁 때인 1951년 문을 연 헌책방으로 서울 서촌에 있다. 넘어질 듯 비스듬하게 기운 한옥에 걸린 희미한 상호 간판을 보면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하다. 이제는 북카페로 손님을 끌고 있다. 가수 아이유가 앨범 ‘꽃갈피’ 재킷을 촬영한 뒤 유명해졌다. 이 정도 연륜이 쌓인 서점들은 책을 사고파는 거래 공간을 넘어선다. 지적 체험을 원하는 방문객을 유인하는 박물관이자 독서욕을 자극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변화의 파고를 뛰어넘지 못하고 사라지는 곳은 훨씬 많다. 80년대 지식인의 탐방소였던 종로서적이 대표적이다. 1907년 서양문물의 전시장이던 서울 종로 2가에 문을 연 뒤 지식의 전파상 역할을 했다. 좁은 계단을 통해 6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신교계 서점이었지만 학생잡지 ‘학원’을 비롯해 음란물에 가까운 ‘네 이웃집의 아내들’ 등 외국 서적도 팔았다. 2002년 문닫을 때 지식인들이 통탄했다. 문재인정부의 첫 법무장관 후보였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당시 “종로서적이 망했는데 그깟 월드컵이 대수냐”라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를 이기면서 “월드컵 첫 승리” 뉴스로 나라가 떠나갈 듯 시끌벅적할 때였다.

미국의 유명 체인 서점 ‘반스&노블’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주인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1873년 시골 서점으로 시작해 미 전역에 600여개 지점을 가진 최대 서점이다. 앞서 ‘보더스’가 문을 닫았다. 온라인 판매점 아마존이 이끄는 변화의 파고이다. 유통 변혁이 문화 향수까지 휩쓸어 버릴까 안타깝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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