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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종단 현실 부끄럽지만… 그래도 불교!”

입력 : 2018-10-09 20:55:25 수정 : 2018-10-09 20: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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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사 주지 성법 스님의 辯 2016년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5∼2015년 불교 신자는 무려 300만 명이 감소했다. 110만 명이 준 천주교보다 감소폭이 훨씬 크고, 120만 명이 증가한 개신교와는 비교할 게 못된다. 우리 역사에서 불교가 가졌던 위상과 역할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최근에는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전임 총무원장이 불명예 퇴진했고, 새로운 총무원장을 뽑았으나 갈등은 여전해 불교계를 보는 시선이 차갑기만 하다.

‘그래도 불교.’

경기도 고양시의 용화사 주지로 있는 성법 스님이 최근에 낸 책의 제목이다. 그 스스로 “부처를 종조로 하는 종교단체라 이름하기조차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어째서 “그래도 불교”라고 외칠 수 있을까. 불교 교리를 ‘교과서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면 삶의 위로와 ‘안심’(安心)을 얻을 수 있다는 성법 스님의 주장이다.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한 대형 불화로 6대 보살, 10대 제자 등을 좌우 대칭으로 화면 가득 그렸다. 불교에서 부처는 진리이자, 법으로 인식되며 중생의 구제를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우주가 하나의 그물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은 한 마디로 말해 인과응보다. 모든 상황은 원인이 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따라서 현재의 불행과 고난은 자신의 지은 업의 결과다. 고통과 불행은 욕심과 편견, 선입견 때문에 스스로 초래한 결과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성법 스님은 “(이런 이치를) 모를 때는 억울하고 괴롭지만 인과법을 알고 지금 자신이 받는 고난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절차라는 생각을 내면 꼬인 매듭은 간단히 풀린다”고 설명한다.

물론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결과가 나한테 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또 이 일이 원인인지, 결과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게 세상의 이치다. 원인과 결과는 수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 낸다. 마치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뉴욕에서 폭풍우가 몰아친다는 ‘나비효과’ 같은 것이다. 불교 경전 ‘화엄경’은 이를 두고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라 부른다. 따라서 “서로 걸리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어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룰 게 없는 게 된다. 성법 스님은 “우주 자체가 하나의 큰 그물처럼 나와 우주가 통합체이고 나와 물질이 통합체”라고 적었다.

◆“진리이자 법인 부처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부처는 누구인가. 흔히 만나는 “법당에 앉아 있는 쇳덩어리, 번쩍번쩍 빛나는 금부처, 멍텅구리 돌부처”가 아니라 “하나의 진리이고 법”이다. 성법 스님은 부처를 “인간의 진화에서 궁극의 단계”라고 해석한다. 궁극의 진리이자 법인 부처는 중생 구제를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어디에나 존재한다. ‘천백 억의 화신(化身) 석가모니 부처님’이라고 하는 데 “천백 억의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각각 천백 억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끌어올려 주고, 관세음보살은 현실의 고통을 덜어주며 아미타부처는 극락세계로 중생을 이끌고 있다. 박물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부처상이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엄경은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기본사상으로 한다. 한국 불교사상 확립에 크게 영향을 끼친 불교경전 가운데 하나다.
◆“후회없이 사랑하라”

“오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는 이 목숨은 너무나 귀중한 것이다. 보라, 이 얼마나 귀중한 육신인가를!”

‘정법안장’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불교의 수행하면 흔히 정신을 떠올리기 쉽지만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라는 게 성법 스님의 생각이다. 그래서는 그는 큰 질병을 알았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사람이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게 도(道)”라고 말한다.

건강이 다해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또 하나의 고통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번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는 것은 자신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진짜 죽음을 맞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을 맞기 위해 중요한 것이 ‘후회없는 사랑’이다. 성법 스님은 ‘입보리행론’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 후회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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