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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주 규제? 과도한 음주문화 자체를 바꿔야"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0-10 05:00:00 수정 : 2018-10-08 1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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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대한 분위기, 늘어나는 야외 음주…'음주청정지역' 필요성 높아져
최근 술집을 벗어나 야외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집 앞 놀이터나 편의점, 조금 멀게는 한강이나 주변 공원에 나가 술을 마시는 모습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풍경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길거리 및 공공장소에의 음주행위가 많아지면서 지역주민과 다른 행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소음과 악취로 불쾌감을 주며, 머물다 간 자리에 어김없이 남아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도 골칫덩어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길거리 음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인 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음주행위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음주청정지역’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원론적으로는 음주청정지역 지정에 찬성하면서도, 길거리 및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자체를 완전히 규제하기 보다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도한 음주행위에 국한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좀 더 힘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술에 관대한 분위기 속에 야외 음주행위가 증가하고 있어 '음주청정지역' 지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62.4%는 “야외에서의 음주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73.7%는 “피해 입는 주민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체 88.4%는 “깨끗한 지역환경 조성 위해 음주청정지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10명 중 7명은 “길에서의 음주 자체를 규제할 것이 아닌 과도한 음주를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음주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길거리 음주 및 음주청정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본 결과, 술에 대한 관대한 분위기 속에 무분별해지고 있는 길거리 음주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논의되는 음주청정지역 도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전체 84.4%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야외에서 맥주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만큼 최근 길거리 및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주류 소비가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많이 침투한 것으로, 한국사회가 음주행위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하며(88.4%), 음주로 인한 실수도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있다(82.2%)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길거리 음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62.4%가 길거리나 야외에서의 가벼운 음주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젊은 층일수록(20대 72.4%, 30대 62.8%, 40대 60.8%, 50대 53.6%) 길거리 음주문화에 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는데 동의하는 시각(49.7%)이 동의하지 않는 시각(38.3%)보다 우세했다. 그에 비해 술집이나 음식점을 두고 왜 길거리에서 술을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동의 37.2%, 비동의 48.5%)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73.7% "길거리 음주문화로 피해 입는 주민 늘어나"

문제는 길거리 음주행위가 잦아지다 보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과 악취 등으로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전체 73.7%가 길거리에서의 음주문화 때문에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특히 3040대 지적(20대 69.2%, 30대 77.2%, 40대 76.4%, 50대 72%)이 많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음주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인 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음주행위를 제한하는 ‘음주청정지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8.4%가 음주청정지역은 깨끗한 지역환경의 조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바라본 것이다. 반면 시민을 위한 공간에서의 음주제한은 다소 과도한 정책인 것 같다는 의견(7.6%)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음주청정지역을 확대하고, 음주 규제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였다. 전체 10명 중 6명(60.9%)이 길거리 및 도시의 공원 내에서의 음주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바라봤으며, 앞으로 음주청정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데 10명 중 7명(66.8%)이 공감을 했다.

지나치게 관대한 길거리 음주문화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길거리 음주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고(20대 52%, 30대 57.6%, 40대 63.6%, 50대 70.4%), 음주청정지역을 확대해야 한다(20대 56%, 30대 66.4%, 40대 72%, 50대 72.8%)는 의견을 많이 내비쳤다. 전체 절반 이상(52.8%)은 알코올 도수와 상관 없이 길거리 및 도시 공원 등에서의 음주는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완전한 금지가 아닌 ‘적절한 수준’의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전체 10명 중 7명(68.8%)이 길에서의 음주 자체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과도한 음주’를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절반 이상이 술을 과하게 먹지만 않는다면(51%), 그리고 술을 먹고 난 후 뒷정리만 잘 한다면(54.7%)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해 나가려는 시민 스스로의 자정능력인 것으로, 전체 76.1%가 공감하는 것처럼 강제처벌이나 단속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성별(남성 75%, 여성 77.2%)과 연령(20대 74%, 30대 74,4%, 40대 81.6%, 50대 74.4%)에 관계 없이 비슷했다.

실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거리 및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목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외부장소는 편의점 앞(81.9%·중복응답)이었으며, 집/동네 주변(62.2%)과 공원 벤치(49.6%), 시민공원(48.3%)에서의 음주를 목격한 경험도 많았다. 그밖에 핫플레이스 길거리(33.5%), 놀이터(26.7%), 청계천 등의 명소(20.2%)에서의 음주행위를 봤다는 목격담이 뒤를 이었다.

반면 길거리 및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목격한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은 단 3.3%에 그쳤다. 각 장소에 따라 길거리 음주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편의점 앞에서의 음주는 ‘낭만이 있고’, ‘자유롭다’는 이미지가, 한강과 호수 등 시민공원에서의 음주는 ‘여유가 있고’, ‘운치가 있다’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집과 동네 주변의 음주는 ‘시끄럽다’는 생각을, 공원벤치나 놀이터, 명소에서의 음주는 ‘민폐이고’, ‘보기 안 좋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주로 많이 했다.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잔…10명 중 8명 "길거리에서 음주 경험 있어"

실제 바깥에서 음주를 해 본 경험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77.5%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역시 편의점 앞(48.2%·중복응답)과 집/동네 주변(37.7%)에서 주로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030대가 편의점 앞(20대 50.4%, 30대 55.6%, 40대 47.2%, 50대 39.6%)과 집/동네 주변(20대 40%, 30대 43.6%, 40대 36%, 50대 31.2%)에서 술을 자주 마시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 다음으로 시민공원(30.8%)과 공원 벤치(21.1%), 핫플레이스(18.2%), 놀이터(9.6%), 청계천 등의 명소(8.3%)에서 술을 마셔봤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신 경험은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대체로 즐겁고, 기억에 남는 경험(편의점 앞 37.1%, 집/동네 주변 48.5%, 공원벤치 37.9%, 놀이터 35.4%, 청계천 등 명소 59%, 시민공원 59.4%, 핫플레이스 52.2%)이자, 한번쯤 해볼만한 경험(편의점 앞 47.3%, 집/동네 주변 32.9%, 공원벤치 48.8%, 놀이터 47.9%, 청계천 등 명소 32.5%, 시민공원 35.4%, 핫플레이스 39%)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앞서 길거리에서의 음주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했던 것과는 다소 배치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길거리 및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경험은 장소와 관계 없이 대게 ‘즉흥적’으로 이뤄졌으며, 주로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해서 마시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건전음주, 주류제조사·판매자·소비자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이런 가운데 한 주류업체가 건전음주 캠페인을 펼쳐 업계의 귀감을 사고 있다.

최근 오비맥주는 '글로벌 건전음주의 날'(Global Beer Responsible Day)을 맞아 책임 있는 음주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글로벌 건전음주의 날은 오비맥주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가 바람직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2010년 지정한 날이다. AB인베브 임직원들이 전 세계 소비자와 주류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성년자 음주 예방과 음주운전 방지 등 건전음주 문화를 알리고 있다.

오비맥주도 이날 '건전음주 전파'(Smart Drinking, Pass It On!) 슬로건을 내걸고 전 직원이 '폭음·음주운전·미성년 음주 등 유해 음주 방지 서약' 캠페인을 벌였다.

오비맥주 고동우 대표는 본사 임직원으로 구성한 '건전음주 봉사단'과 함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서 직접 올바른 음주 습관에 대해 알렸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백주환 지속경영팀장은 "건전음주는 주류 제조사와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함께 만들어야 하는 문화"라며 "성숙한 음주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주류업계 선도기업으로서 다양한 건전음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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