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7일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혜화역 시위) 당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
경찰은 ‘혜화역 시위’로도 불리는 이날 집회에 경력 5개 중대(400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여성 경찰관’(여경)은 120여명으로 3분의 1이 조금 안 된다. 그래도 여경 비율이 전체의 10%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 집회의 특성을 고려, 나름의 배려를 해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집회 참가자들이 남경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애초 이 집회가 시작된 원인(집회 주최 측 주장)부터가 경찰의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 수사다. 참가자들은 “피의자가 여자라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수사하고, 구속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자연히 남경들을 향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5월 1차 시위부터 ‘남경들아 좀 웃어^^ 분위기 X창내지 말고’라고 적힌 팻말이 등장했고, ‘남녀 경찰 비율을 1대 9로 맞추라’거나 ‘여성 경찰청장을 임명하라’는 다소 황당한 요구도 나왔다. 이 요구 사항들은 이번 집회에서도 되풀이됐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
워낙 논란이 많은 집회라 경찰관들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꼭 이날 벌어진 ‘비비(BB)탄 테러’처럼 시위대에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를 예방하는 것 외에도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주최 측 요청에 따라 행인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날 경찰관들은 집회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끝난 뒤까지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물론 여경들도 똑같이 고생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회의 특성에 비춰볼 때 ‘생물학적 남성’인 남경들이 조금 더 힘든 하루를 보냈을 거란 생각이 억측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남경에게 “경찰이 시위대의 편의를 너무 많이 봐주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경찰은 질서 유지뿐만 아니라 시위대를 보호할 의무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남경들에게 고맙다고 하진 못할 망정 적대시하는 이들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