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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예산에 발목 잡힌 '잠수함 사냥꾼'…도입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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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6 10:00:00 수정 : 2018-10-06 11: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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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애워싸고 있는 바다는 언뜻 보면 평화롭고 적막하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냉정하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투’가 숨어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보낸 잠수함과 이를 잡기 위한 대(對)잠수함 전력과의 숨바꼭질이 그것이다.

일본이 P-1 해상초계기를 개발하고 중국, 러시아도 해상감시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상황에 맞춰 우리나라도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진수하고 해상감시능력을 갖춘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됐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도입은 사업비용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고,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입찰 과정에서 유찰되는 등 차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미국 해군 P-8A가 해상작전임무 수행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국이 밝힌 P-8A 도입비, 방사청 예산 웃돌아

미국 국방부 산하 안보협력국(DSCA)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국무부가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한국 정부에 P-8A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FMS는 미국 방산업체가 생산한 무기의 품질과 성능 등을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로 안보협력국이 주도해 미국 의회 승인을 받게 된다.

안보협력국이 밝힌 구체적인 판매 내역을 살펴보면, P-8A 6대에 다용도 전술통신융합정보분배체계(MIDS JTRS), LN-251 GPS 내장형 항법장치, AN/AAR-54 미사일 경보장치 전자광학 겸 적외선(MX-20HD) 음향탐지(AN/AAQ-2(V)1) 시스템, AN/APY-10 레이더 등이 장착된다. 안보협력국은 훈련 및 시뮬레이터를 비롯한 지상지원 시설과 후속군수지원 등을 추가, 21억 달러(약 2조3572억원)의 비용을 제시했다. 방위사업청의 기존 주장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미국 해군 P-8A가 줌월트급 구축함 위로 날며 해상정찰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방사청은 지난 6월 1조9000억원을 들여 P-3CK를 대체하는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을 추진하면서 스웨덴 사브의 소드피시 등이 참여한 경쟁입찰 대신 P-8A 수의계약을 선택했다. 당시 방사청은 “미 해군 대량구매에 참여하는데다 개발비가 면제된다. 추가 비용절감 요구를 통해 대당 140억원 정도를 더 인하했다”며 “미국 정부에서 받은 대당 가격 자료(약 2200억원)는 소드피시와 P-8A가 비슷하다” “경쟁입찰로 가면 P-8A의 대당 가격이 10~28% 상승해 총사업비 내에서 구매가 제한된다”며 P-8A 도입을 서두른 이유를 밝혔다.

방사청 논리대로라면 P-8A 6대 전체의 기체 가격으로 산정된 비용은 1조3200억원이다. 여기에 장비구입비의 20∼30%에 달하는 운영지원 비용과 격납고, 시뮬레이터 등 지상지원장비 구축비까지 합치면 간신히 사업 진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 안보협력국 발표 내용은 사업 예산을 20% 이상 초과하고 있다. 안보협력국의 비용 추계가 확정되면 사업 타당성 조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해상초계기 도입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 승인 등 관료적 요소 때문에 미 안보협력국이 가격을 한껏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FMS로 판매되는 F-35A는 지속적으로 대당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P-8A 도입을 결정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7월 뉴질랜드 정부는 P-8A 4대 도입을 결정하면서 소요 예산으로 23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7489억원)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미 안보협력국은 뉴질랜드의 P-8A 4대 구매 요청에 대해 14억6000만달러(1조6400여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1년여간의 환율, 물가 변동을 감안하면 미 안보협력국의 비용 추계가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 해군 P-8A가 지상기지에 착륙해 대기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 안보협력국이 공개한 뉴질랜드와 한국의 P-8A 주문 내역을 살펴보면, 탑재장비 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도 미 안보협력국이 추산한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거나 뉴질랜드처럼 4대만 도입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가격 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주도권을 갖는 FMS의 특성을 감안하면, 우리 군이 1조9000억원이라는 예산으로 P-8A를 구매하려면 도입대수 축소 또는 일부 옵션 제외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P-8A가 배치될 경북 포항 해군 6전단 기지에 3만여㎡(1만평) 넓이의 격납고를 비롯한 지상시설을 새로 확보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뼈를 깎는 수준의 비용절감을 해야 한다. 하지만 도입대수를 줄이려면 소요조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고, 옵션을 일부 제외하면 “빈껍데기만 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기술이전 등을 받을 수 있던 경쟁체제를 배제하고 “미 해군에서 가격 관련 공문도 받았다”며 수의계약 방침을 밀어붙인 방사청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 미 안보협력국 발표 이후 한 달 가까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방사청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경쟁 성립 안되는 해상작전헬기 추가 도입

해군 구축함에 탑재돼 적 잠수함을 추적하는 해상작전헬기 추가 도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28일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1개 업체만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제안서를 낸 업체는 해군이 8대를 운용중인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를 생산하는 영국-이탈리아 업체인 레오나르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해군 AW-159가 잠수함 탐지 훈련을 위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해군 제공
방사청은 2020년부터 해상작전헬기 12대를 추가 도입하기 위해 지난 6월 입찰공고를 냈다. 예산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럽 방산업체인 NH-인더스트리(NH-90), 미국 록히드마틴(MH-60R)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불참했다.

경쟁 입찰이 시작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은 예산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방사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W-159와 MH-60R, NH-90의 대당 가격은 각각 534억원, 787억원, 668억원으로 추정됐다. 각 12대를 도입하면 기체 비용으로 6408억원, 9444억원, 8016억원이 소요된다. 장비구입비의 20∼30% 수준인 운영지원 비용을 더하면 AW-159 외에는 예산을 초과한다.

해군이 AW-159 8대를 운용하면서 군수지원체계를 국내에 이미 구축한 레오나르도와 달리 다른 업체들은 군수지원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해 비용 부담은 크나 가격 인하 요소는 별로 없다. 방사청이 요구하는 수준의 견적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수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아는 외국 업체들로서는 비용만 드는 제안서 제출을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잠수함 탐지 훈련을 마친 한국 해군 AW-159가 구축함 비행갑판에 착함을 시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유찰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방사청은 고민스러운 모습이다. 일단 연내 입찰재공고를 실시하는 등 경쟁 체제 구축을 계속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레오나르도와 유찰 후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방사청이 추진중인 절충교역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방사청은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을 수주하는 해외 업체와 4억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절충교역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절충교역은 군이 외국 무기를 구매하면 생산 업체가 반대급부로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 부품 수출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절충교역 규모를 늘리려면 외국 업체들 간에 치열한 수주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절충교역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비용과 절충교역, 전력화 시기 등을 모두 충족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방사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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