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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타국서도… 비옥한 언어의 꽃 피워낸 시인

입력 : 2018-10-04 21:13:41 수정 : 2018-10-04 23: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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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獨시인 허수경
허수경 시인이 3일 오후 7시 50분 독일 뮌스터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54세.

고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1992년 독일로 가서 뮌스터대학에서 고대동방고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에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펴냈고, 독일에서는 폐허의 도시 발굴 현장을 돌아다니며 고고학 공부를 하는 한편으로 시집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을 모국의 언어로 써냈다.

독일에 거주하면서도 고인은 국내에 두꺼운 독자층을 거느리며 ‘물기 어린 마음이 빚은 비옥한 여성성의 언어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을 노래해온 시인’이라는 상찬을 받았다.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던 지난여름에는 마지막 책으로 남은 개정판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면서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고 적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독일에서 지도교수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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