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소행성 탐사, 태양계 기원을 찾아서…

관련이슈 고재현의 세상속 물리이야기

입력 : 2018-10-04 21:20:48 수정 : 2018-10-04 21:20: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日 탐사로봇 소행성 표면 안착 첫 성공/‘생각하는 별먼지’인 인류의 흔적 쫓아
2014년 소행성 류구를 향해 발사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얼마 전 두 대의 소형 탐사 로봇을 소행성 표면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간 소행성을 근접 비행하거나 잠시 접촉한 적은 있지만 이 로봇은 소행성 표면에 안착해 이동 탐사를 벌인 첫 사례가 됐다. 이들은 1 년 동안 소행성 표면의 온도를 측정하고 영상을 보내올 예정이다.

일본은 21세기 초에 이미 소행성 탐사를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다. 2003년 발사된 하야부사 1호가 우여곡절 끝에 이토카와 소행성의 시료를 2010년 지구로 가지고 온 바 있고, 이 극적인 귀환은 일본 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하야부사 2호를 개발한 일본 과학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소행성 탐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탐사선은 곧 유럽 국가가 제작해 제공한 세 번째 로봇도 낙하시킬 예정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하야부사 2호가 표면의 시료뿐만 아니라 소행성 내부의 물질까지 채취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탐사선은 내년 봄 2kg의 구리 조각을 소행성 표면에 발사해 소형 크레이터를 만든 후 분출된 내부 물질을 채취해 2020년에 지구로 가지고 올 계획이다.

대부분의 소행성은 원시 태양계가 형성될 때 목성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행성 형성에 실패한 잔재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태양계 탄생 이후 별다른 변화 과정을 겪지 않은 원시 소행성이다. 지구와 화성 주변을 도는 지름 1km 크기의 소행성 류구 역시 태양계 형성 초기의 조성을 간직한 소행성으로 간주된다. 류구는 특히 생명 활동에서 중요한 원소인 탄소가 풍부한 탄소질 소행성이다. 이에 따라 각종 광물은 물론 얼음, 유기화합물 등 휘발성 물질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야부사 2호가 이 소행성의 표층 및 내부 물질을 성공적으로 가지고 온다면 태양계 형성 초기의 원시 성분과 지구의 물 및 유기화합물의 기원과 관련해 중요한 과학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소행성에 대한 연구는 우리 태양계과 지구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 탐사는 태양계 이전의 역사, 즉 태양계에 물질을 공급한 별의 역사로 연결될지도 모른다. 운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운석 속에 포함된 미량의 별먼지를 찾아 연구해 왔다. 이 별먼지는 태양계 형성 이전에 존재했던 항성이 남긴 흔적이다. 태양계 형성 과정의 가혹한 조건에서 버티고 살아남은 이 소량의 광물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자들은 태양계에 물질을 공급했던 조상 별이 수십 개라는 점을 밝혀냈다. 향후 우주 탐사선이 더 다양한 소행성과 혜성의 물질을 채취해 온다면 태양계의 형성 과정 및 태양계를 이룬 물질의 기원까지도 더욱 상세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뿐만 아니라 태양계 외각에도 카이퍼 벨트라 불리는 곳에 소천체가 밀집해 있다. 더 멀리 나아가면 장주기 혜성의 고향인 오르트 구름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각하는 별먼지’인 인류가 자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은 언젠가 이곳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명왕성을 거쳐 카이퍼 벨트로 가고 있는 뉴호라이즌호가 내년엔 어떤 이야기를 펼쳐보일지 기대해 보자.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