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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쌀값은 얼마일까…목표가 놓고 '갑론을박'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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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4 20:20:03 수정 : 2018-10-04 20: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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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반영해야" "대폭 인상땐 毒" / 5년 만에 산정 시기 돌아와… 논의 본격화/10월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 국회 제출/ 농해수위 13명 중 6명 “24만원대로”/ 전문가 “공급과잉 우려 19만원대 적정”/
“쌀값 폭락때마다 천문학적 혈세 투입/ 목표가 급등땐 농가도 부메랑 우려”
적정한 쌀값은 얼마일까. 쌀 변동직불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을 결정하는 ‘쌀 목표가격’ 설정 기한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정부와 국회는 올해 2018∼2022년산 쌀의 목표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왜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정해야 할까.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쌀 시장에서 쌀값은 ‘농가의 소득보전’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쌀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과 수확기 쌀값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1㏊당 100만원)을 차감한 금액이다.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된 쌀 직불금은 쌀 농가의 경영 안정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풍년으로 쌀값이 폭락하더라도 쌀 직불금이 일정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2008년, 2011∼2013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에는 모두 수확기 쌀값이 변동직불금 발동 가격 아래로 떨어져 5조9108억원이 변동직불금으로 풀렸다. 덕분에 농가는 쌀 목표가격의 95.3∼108.9% 수준을 받아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높은 쌀 목표가격은 농가의 쌀 생산을 촉진해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이 높아 다른 작물보다 기대수익이 커진다면 농민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재배 면적이 넓고 생산량이 많을수록 쌀농사 소득은 높아진다.

농가와 정치권은 80㎏당 18만8000원인 쌀 목표가격을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최대 24만50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계는 급격한 쌀 목표가격 인상은 오히려 쌀 공급과잉을 초래해 쌀 재배 농가의 공멸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생산조정제와 공익형 직불금제로 쌀 공급과잉 억제와 농가 소득 보장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이달 중 농식품부가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을 담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목표가격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쌀 목표가격 ‘현행유지’ vs ‘물가인상률 반영한 24만50000원’

5일 세계일보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3명 가운데 6명(민주평화당 황주홍·김종회·박주현, 자유한국당 이양수·김태흠, 무소속 손금주)은 쌀 목표가격이 24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당은 지난 8월 당론으로 24만5000원을 쌀 목표가격으로 결정했다.

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22만원 이상 23만원 미만, 한국당 경대승·김정재 의원은 21만원 이상 22만원 미만,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서삼석 의원은 20만원 이상 21만원 미만을 주장했다. 20만원 미만 금액이 적정하다고 답한 사람은 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유일했다. 이들은 쌀 목표가격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천과 더불어 농가소득 현실화를 목표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꼽았다. 13명이 산출한 평균 쌀 목표가격은 22만769원으로 현재 가격보다 17.4% 높았다. 이 경우 변동직불금은 약 19만5000원 이하 가격부터 적용된다. 만약 지난달 하순 기준 가격(18만6880원)이 올해 생산된 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면 변동직불금이 지급될 것이다.

반면 같은 설문지를 받아 든 농업경제학 전문가들은 쌀 목표가격 설정이 인기영합주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농가의 지속가능한 영농 기반 마련이라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직불금제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응답한 10명 중 4명은 19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이 적정 쌀 목표가격이라고 판단했다. 4명은 현재 가격이나 농업소득보전법 산식에 따라 나온 18만8192원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20만원 이상 21만원 미만, 23만원 이상 24만원 미만을 선택한 이는 각각 한 명이었다. 10명의 응답을 토대로 계산한 평균 목표가격은 19만4200원이다. 이는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밝힌 쌀 목표가격의 최소 상한선(19만4000원) 수준이다.

◆“급격한 쌀값 인상은 농민에게 독”… 직불금제 개편 필요성↑

“쌀 목표가격 설정은 농업 직불금제라는 제도 안에서 하나의 정책 수단입니다. 그런데 직불금제 개편 이야기는 없고 쌀 목표가격만 두고 결정하다 보니 표 때문에 합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한 국립대에서 근무하는 A 교수는 근시안적인 쌀 목표가격 설정은 결국 농민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쌀값이 폭락해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를 초과했다”며 “목표가격이 높아지면 차액을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해 쌀농사 짓는 농민에게 과도한 세금이 들어가는 것을 기획재정부나 비농업계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문에 응답한 의원과 전문가 23명 중 21명은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불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직불금제 개선 방향으로는 △쌀에 집중된 직불금 지급 구조 탈피 △중·소농에 유리한 직불금제 △면적→ 가구 중심으로 지급 기준 변경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 국회의원 13명 중 7명은 쌀 가공식품 개발, 전문가 10명 중 4명은 쌀 생산조정제 강화를 직불금제 개편 다음으로 실행해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농식품부는 쌀 소비 증가와 공급 감축으로 쌀값을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재개한 쌀 생산조정제로 논의 다른 작물 생산을 유도한다. 장기적으로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해 쌀 중심 농업 생산구조를 개선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지가 환경·공동체·식량안보에 기여하는 가치를 보상하는 것으로, 정부는 3∼5㏊ 이하 면적의 소농과 타작물 재배 농가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이 장관은 “직불제를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연계하여 쌀 생산을 유발하지 않고 농업인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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