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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호신용품 사지만… 효과는 '글쎄'

입력 : 2018-10-03 18:24:44 수정 : 2018-10-03 2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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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공포심 마케팅’ 소비자 현혹/전기충격기, 전압 낮은 제품 많아/삼단봉·너클은 되레 공격성 자극/전문가 “호루라기가 훨씬 효과적”
“이거 왜 샀어?”

서울에 사는 경찰관 김모(29)씨는 얼마 전 직장인 여동생이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호신용 너클’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것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양이 발같이 생긴 너클을 쥔 동생은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줄 아느냐. 내 몸은 내가 지킬 것”이라고 으스댔다. 김씨는 그 모습에 오히려 더 걱정이 들었다. 이런 ‘무기’를 실전에서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갑자기 범죄상황에 처하면 몸이 굳어 버린다”며 “동생에게 ‘차라리 소리를 꽥꽥 지르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살인과 성폭행 등 이따금씩 들려오는 흉흉한 소식에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들이 ‘실전용’임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큰 효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또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효과를 부풀리는 경우도 많아 구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과 성폭행 등 강력범죄는 2013년 2만3938건에서 지난해 2만6334건으로 10%가량 늘었다. 특히 최근 성폭력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면서 여성들 사이엔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호신용품 업계엔 더없는 ‘호재’다. 이날 온라인 오픈마켓 업체 10곳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성폭행이나 납치사건의 기사 헤드라인을 모아놓고 ‘귀갓길이 안전하냐’,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여성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한 듯 얼굴을 찡그린 성인여성이나 여자아이 이미지가 주로 사용됐고, 제품 설명에는 ‘치한’이나 ‘변태’, ‘여성용’ 등의 단어가 많았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일종의 ‘공포심 마케팅’인 셈이다.

이런 호신용품들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센스 있는’ 선물로 여겨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오픈 마켓에 등록된 한 여성용 호신 스프레이와 미국산 유명 페퍼 스프레이의 경우 제품 구매평이 각각 2100개, 1000개가 넘을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에 의구심이 크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과연 실전에서 쓸 수 있겠냐는 것.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기충격기이다. 우선 전기충격기는 ‘무기류’로 분류돼 경찰에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 강력범죄 전과자나 미성년자,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 허가가 제한된다. 현재 온라인에서 20만원 안팎에 팔리는 제품들은 대부분 후자다.

경찰청 생활안전국 관계자는 “일정 전압 이하의 제품들은 ‘상대를 제압할 위력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따로 단속하거나 신고 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실전용이 아니다’란 것인데, 여러 유튜버들이 ‘전기충격기 맞아봤더니’ 등의 흥미 영상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런 배경을 쏙 빼놓은 채 ‘경찰에 허가받지 않고 써도 된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스파크의 위압감이나 소리를 겪게 되면 다시 다가가기 어려운 등 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호신용 스프레이는 비바람이 거세거나 방향, 거리에 따라 사용이 제한되고, 삼단봉이나 너클의 경우 상대방의 공격성을 더 돋우거나 빼앗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훈련을 하거나 효과를 확인할 길이 없어 ‘사실상 부적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두현 한국체육대 교수(경호학)는 “이런 ‘공격형’ 용품을 실전에서 쓰기 위해선 전문가들도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다”며 “도심이라면 호루라기나 스마트폰에 원버튼 112신고 앱을 설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고추장의 매운 정도를 5단계로 나눠 표기하게 한 것처럼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들도 실제 쓰임새와 효과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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