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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품은 도시… 닮은듯 다른 풍경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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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5 07:00:00 수정 : 2018-10-03 19: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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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브라쇼브 ∼ 수도 부쿠레슈티 / 루마니아 최대의 고딕양식 ‘검은 교회’ /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유명 ‘브란성’ / 독일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 ‘페레스성’ / 뾰족 첨탑·화려한 외관·조각상 눈길 / 동화 속 주인공 된 듯… 기분좋은 착각 이른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트란실바니아의 푸른 언덕 위로 브라쇼브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할리우드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글자를 보니, 루마니아 최고 관광지인 중세의 마을에서 한밤을 보낸 것이 실감난다. 이곳은 역사적 명소들로도 유명하지만 차우셰스쿠 통치에 반대한 시민들의 봉기가 처음으로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트란실바니아의 푸른 언덕 위로 브라쇼브라는 글자가 세워져 있다.
1987년 임금삭감, 긴 노동시간, 식량배급 등에 불만을 품은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기본 식량 확보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역사를 품고 있는 작은 거리를 따라 걸으면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졌거나 멋지게 다듬어진 바로크 구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브라쇼브의 작은 거리를 따라 걸으면 아름다운 색으로 칠하여지거나 멋지게 다듬어진 바로크 구조물들을 만날 수 있다.
넓은 광장에 이르니 오래된 구 시청사가 보인다. 지금은 역사박물관이지만 13세기에 지어진 건물 꼭대기에는 주민들에게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감시탑으로 사용된 트럼펫 타워가 있다.

브라쇼브의 검은 교회는 ‘터키전쟁’ 동안 합스부르크 군대의 공격으로 불에 타면서 벽이 새카맣게 그을렸다.
눈길을 돌리면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고딕 교회이며 빈과 이스탄불 지역에서도 가장 크다는 ‘검은 교회(Black Church)’가 눈에 띈다. 1384년에 세워지기 시작해 1477년에 완공된 이 교회는 크기만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더구나 1689년 ‘터키전쟁’ 동안 합스부르크 군대의 공격으로 불에 타면서 벽이 새카맣게 그을려 검은 교회라는 이름이 붙었다. 외관은 복원을 통해 해마다 조금씩 그을음을 벗겨내고 있다. 검은 벽돌과 흰 벽돌의 모자이크 같은 느낌이 들어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다. 외관과 달리 아름다운 내부는 발코니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화려하다. 거대한 오르간과 돌기둥으로 중후함을 더하고 벽면에 장식된 멋진 터키산 카펫은 화려함을 더한다. 무게 7t에 이르는 교회 종도 유명하지만 1839년에 만들어진 인상적인 4000개의 파이프 오르간이 더 인상적이다. 웅장하게 퍼지는 오르간 소리를 상상하며 잠시 눈을 감아 본다.

브라쇼브 시내는 역사적 명소들로 유명하지만 차우셰스쿠 통치에 반대한 시민들의 봉기가 처음으로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교회를 나와 돌아서면 오래된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붉은 지붕의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 의회 광장이다.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보인다.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 눈길을 끈다. 분수 앞 ‘아마도 세계 최고의 도시(probably the best city in the world)’라고 새겨진 카페 차양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즐긴다. 재미있는 문구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브라쇼브와 이별을 아쉬워한다.

브라쇼브 의회 광장.
구시가지를 벗어나 성 니콜라스 교회를 들렀다. 1392년 나무로 지어지고 1495년에 석조 구조물로 대체됐으며 18세기에 확장을 거쳐 지금은 비잔틴, 바로크 및 고딕 양식이 혼재된 건축학적 걸작이 됐다. 다른 중세 교회들처럼 커다란 나무문이 있고 방호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안에 높은 첨탑을 자랑하는 교회가 마치 왕국의 성 같은 위용을 보여준다.

브라쇼브의 성 니콜라스 교회는 1392년 나무로 지어지고 1495년에 석조 구조물로 대체됐으며 18세기에 확장을 거쳐 비잔틴, 바로크 및 고딕 양식이 혼재된 건축학적 걸작이 됐다.
번잡한 관광객 차량을 뒤로하고 브라쇼브 남쪽으로 30㎞ 정도 떨어져 있는 ‘드라큘라 성’으로 알려진 브란성(Bran Castle)으로 향한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을씨년스럽지 않은 모습의 성은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탑과 흰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드라큘라성으로 알려진 브란성 내부.
드라큘라의 모델이었던 블라드 3세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는 이유로 드라큘라 성으로 불리는 브란성은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바위 꼭대기 위에 60m 높이로 세워진 브란성은 드라큘라라는 신비한 전설의 모델이었던 블라드 3세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는 이유로 드라큘라 성으로 유명해졌다. 정작 브란성을 주로 사용한 이는 1920년부터 1957년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던 루마니아 왕가의 마리 여왕이었다. 현재는 관광객에게 박물관으로 개방된 브란성은 마리 여왕이 수집한 예술품과 가구를 전시 중이다. 아기자기한 성에서 내려다본 ‘브란’은 마치 동화책 그림 같은 마을이다. 드라큘라의 흔적은 작은 기념품들과 벽면을 장식한 중세 기사의 무기 정도다. 내부는 작고 아담하게 꾸며졌으며, 외부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이다.

브란성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탑과 흰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부는 작고 아담하게 꾸며졌으며, 외부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이다.
브란성을 구경하고 또 다른 성을 찾아 떠난다. 브란에서 50㎞ 떨어져 있는 ‘페레스성’이다. 1시간30분을 차량으로 이동하니 시나이아 마을 산기슭에 자리 잡은 성을 만날 수 있었다. 시나이아라는 이름은 시나이아 수도원이 지어진 이후에 붙여졌다. 시나이아 수도원은 성서에 나오는 시나이 산을 본떠서 지어진 이름으로, 19세기 말 카를 1세 국왕의 여름 궁전인 페레스성이 지어지면서 휴양지로도 유명해졌다.

시나이아 마을 산기슭에 자리 잡은 페레스성은 19세기말 카를 1세 국왕의 여름 궁전으로 지어졌다. 성 안에는 이 성의 이름이 된 페레스 시내가 안뜰을 통해 흐르며 분수로 이어져 있다.
독일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인 이 성은 아름다운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60개가 넘는 방들과 아름다운 첨탑들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궁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더구나 별도로 들어선 건물에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유럽 최초로 전기에 의해 조명이 밝혀졌으며, 최초로 중앙난방을 사용한 성이기도 하다.

지금은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이지만 차우셰스쿠 정권이 지배하는 동안에는 국가의 영빈관으로 사용되면서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1989년 12월에 일어난 혁명 이후 관광객에게 성이 개방되면서 아름다운 성과 왕가의 소장품들까지 외부에 드러날 수 있었다. 루마니아 정부는 2006년 이 성을 루마니아 왕가에 반납했으며 현재는 아름다운 성의 내외관과 소장품들이 관광객들에게 모두 공개되고 있다.

성 안에는 이 성의 이름이 된 페레스 시내가 안뜰을 통해 흐르며 분수로 이어져 있다. 건물 내부에는 수많은 동상과 조각상들이 아름다운 정원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성 내부의 화려함은 유럽의 어느 왕궁에 못지않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치 아름다운 성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남쪽으로 난 루마니아의 한적한 도로를 따라 수도 부쿠레슈티로 향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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