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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부동산 열풍의 종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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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8 22:42:32 수정 : 2018-09-28 22: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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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으로 가야 할 돈이 아파트로/ 미래 먹거리 개발 의지 꺾어 버려 최근 정부는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서울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한편으로 대출을 억제해 빚내서 집을 사는 투기를 잡으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 수도권에서 작은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해 주택 공급을 하여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가능하게 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려는 정책의 성공과 실패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 이상이다. 부동산 정책의 성공 여부는 특정 정권의 안정과 불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집을 갖느냐의 여부는 부동산의 소유 자체에 한정되지 않고 결혼을 하느냐의 여부, 아이를 낳느냐의 여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느냐의 여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느냐의 여부 등과 관련된 아주 복잡하고 복합적인 문제이다. 어찌 보면 집은 사람의 인생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부동산은 자금의 은행 이자가 아주 적은 상황에서 ‘갭 투자’(시세차익 투자)를 통해 대박을 실현할 수 있는 꿈의 시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책임 아래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럼 오늘날 부동산 열풍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소비활동일까’.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로소득을 좇아다니는 투기의 광풍이라고 할까’. 또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지언정 투자의 적기와 적지를 찾아 최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신의 한 수일까’. 아니면 ‘개인 이익의 극대화에 몰두해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믿는 사람의 신념을 훼손하고 사회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일까’.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부동산은 개인의 부동산 소유에 한정되지 않고 수도권과 지역사회, 도시와 농촌,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고, 또 줄 수 있는 철학의 문제라고 해도 지나친 주장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이익이 있는 곳으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자본을 가지고도 활용하지 못하고 집안에 묵혀 둔다면 자본주의 정신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자본이 제조업에 투자돼 산업 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고, 금융으로 흘러가 금융 자본으로 발전할 수 있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투자처를 찾아 IT산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본은 투자자의 수익을 늘릴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력을 높이고 고용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 자본이 수익을 향해 차갑게 움직이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경제 주체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부동산 열풍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제주체에게 지금 행복한 삶을 가져오고, 미래의 희망을 품게 만들까’. 아니면 ‘성실하게 노력하면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접게 하고 현재가 불안하고 위험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이제까지 없는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도전을 멈추게 할까’. 전자가 맞다면 부동산 열풍은 일정한 부작용에도 행복한 현재와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제행위라고 할 수 있다. 후자가 맞다면 부동산 열풍은 살인처럼 그 피해가 명백하지 않아 나쁜 행위로 인지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 현재 삶의 행복을 지속하고 미래 삶의 희망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게 하고 좌절시키는 악행이 아니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기업마저도 각자에게 어울리는 경제활동이 아니라 토지와 부동산 거래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부동산 열풍은 엄정한 손익계산을 하고 미래에 실현될 수 있는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고 밤잠을 설치고 제품을 개발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산업과 금융, 그리고 IT 분야의 투자가 아니다. 그것은 위험 부담이 있지만 한탕으로 큰돈을 벌려고 하는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 부동산 열풍으로 성공한 신화가 각광을 받을수록 자본은 제조업, 금융업, IT 분야로 흘러들지 않게 되고 그 결과 공동체의 경제가 더 악화되고, 미래세대는 현재에 없는 것을 창조하려는 도전을 멈추게 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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