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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기대는 검찰 vs '신의 한 수' 찾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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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6 12:30:00 수정 : 2018-09-26 14: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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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끝 검찰 수사 재개… "방탄판사단" 비난 부담스러운 법원 추석 명절을 거치며 사실상 ‘휴전’에 들어갔던 검찰과 법원의 힘겨루기가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재개할 조짐이다. 검찰은 추석을 맞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사법부 불신이 극에 달한 점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주요 인사 소환조사는 물론 영장 청구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헌법에서 부여받은 영장심사권을 최대한 활용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단호히 제어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나 갈수록 악화하는 국민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 흐를수록 국민 여론은 우리 편"… 단호한 검찰

26일 KBS가 추석 민심을 알아보려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 ‘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응답자가 83.9%로 나타났다. “매우 필요하다”는 적극적 응답자도 60.2%를 기록했다.

이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방안으로 ‘특검 수사’(40.6%)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 뒤를 이어 ‘국회 국정조사’(20.1%), ‘사법부 자체 조사’(13.3%) 순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해 KBS는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9월 21, 22일 양일간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연휴 개시에 앞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쓰라림을 맛봤다. 검찰은 여러 가지 혐의를 적용했으나 법원은 대부분 ‘무죄’라고 판단했다. 유일하게 ‘유죄’ 판단을 내릴 만한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 한 가지뿐인데, 그마저 법정 형량이 낮아 구속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검찰은 “정식 재판이 아닌 영장심사 단계에서 법원이 이례적으로 유무죄 판단까지 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은 이미 2차례 소환조사한 유 전 연구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는 중이다. 검찰은 또 각종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하기로 하고 일정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같은 최고위층의 경우 압수수색영장의 잇단 기각으로 증거 수집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검찰이 당장 소환조사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의혹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장은 기각할 수 있지만"… ‘신의 한 수’ 없는 법원

20일 유 전 연구관을 상대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되자 대다수 일선 법관은 ‘당연지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 검찰의 영장 청구가 무리였다는 것이다. 상당수 판사는 유 전 연구관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타깃 삼은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직후 사무실에 있던 자료 일부를 파기하거나 훼손한 행위가 검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전현직 법관들한테 겁을 주려는 차원에서 법원 수사 개시 후 첫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까지 쓰게 만든 것으로 본다.

일선의 한 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참고한 자료의 사본을 퇴직과 동시에 법원 밖으로 가지고 나간 행위가 다소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유 전 연구관에게 ‘절도’ 혐의까지 적용한 검찰의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망신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며 “검찰이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지난 정권 사법부의 이른바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꼭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동시에 나온 것으로 대통령 요청에 대법원장이 즉각 화답하는 형식을 취해 ‘3권분립 침해’ 논란마저 일었다.

헌법상 영장심사권을 쥔 법원 입장에선 검찰이 어떤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이나 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이를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들을 비롯한 법관 전체를 뭉뚱그려 조롱하는 ‘방탄판사단’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 신뢰가 이렇게까지 떨어진 줄 몰랐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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