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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토크쇼로 다시 만나는 원로영화인들

입력 : 2018-09-25 11:09:34 수정 : 2018-09-25 11: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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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쌀롱 담 포스터, 출처=한국영상자료원 페이스북

‘원로영화인 구술채록사업’이라는 연구프로젝트가 있다. 2004년부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 하고 있는 말 그대로 원로영화인들의 구술을 통해 그분들이 활동했던 시기의 한국영화계, 참여했던 영화들, 협력했던 영화인들에 대한 증언을 듣고, 영상과 문서로 기록하는 연구프로젝트이다.

‘구술채록’은 근현대사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구술사(Oral History)’ 연구방법의 주요 단계로서 문헌이나 문서에 미처 기록되지 못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구술을 통해 기록해 이후 보다 폭넓은 역사 연구의 토대가 된다.

‘원로영화인 구술채록’ 연구프로젝트의 규모와 진행 및 결과 공유 방식 등은 조금씩 변화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새롭게 일종의 토크쇼인 ‘시네 쌀롱 '담 談' : 광고, 액션, 만화 전성시대’가 개최중이다.

시네 쌀롱 담 중 강근식, 출처=한국영상자료원 페이스북
지난 15년 동안 구술자로 참여했던 170여 명의 원로영화인 중 강근식(음악감독), 김영인(배우), 김정란(배우), 김청기(감독) 등 4명의 영화인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물론 그들이 참여했던 영화의 장면들도 함께 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생생한 시간 여행이 될 듯하다.

지난주와 이번주에는 강근식과 김영인과의 만남이 진행되었는데, 두 사람은 이전에 책으로 인쇄되고 영상으로 촬영되어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에서 서비스 중인 구술채록 내용 중 일부를 이번 토크쇼에서 관객들과 공유했다.

시네 쌀롱 담 중 김영인, 출처=한국영상자료원 페이스북
강근식은 대학 밴드 활동으로 음악인생을 시작해 ‘별들의 고향’(감독 이장호, 1974)의 영화음악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이후 광고음악 활동으로도 영역을 넓혀 ‘12시에 만나요~’ ‘멋진 남자, 멋진 여자~’ 등 가사만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유명 광고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음악감독이 뭔지도 모르고 참여했던 1970년대 영화 작업의 어려움과 함께 작업했던 음악인들, 영화인들, 당시 대중문화계에 대한 얘기를 그가 작업한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김영인은 ‘불타는 청춘’(감독 김기덕, 1966)을 시작으로 액션영화배우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대역배우, 무술감독 등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대역배우, 무술감독으로도 평가가 가능한 그의 영화 인생은 TV로도 이어져 KBS 드라마 ‘무풍지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기도 했고, 이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등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1,2,3이나 A,B,C 등으로 표시되던 주인공 패거리 중 한명 역을 연기하며 조금이라도 튀어 보이기 위해 했던 노력들과 안전장치 없이 위험천만하게도 시행되던 예전 액션 촬영 현장의 얘기들을 무술 시범을 직접 보여주며 얘기했다.

사실 19세기 말 탄생 초반부터 꽤 오랜 기간 동안 영화는 보존과 기록이 필요한 가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필름도 많이 유실되었고, 관련 문서나 문헌 자료는 애초에 많이 작성되지도 못한 실정이다. 유럽의 경우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 겪으면서 남아있는 초기 유럽영화 필름들 중 일부는 미국에 수출되었던 필름이기도 하다.

한국영화 역시 비슷한 상황인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기를 거치며 초기 한국영화 관련 기록 부재, 자료 유실의 안타까운 상황을 겪었다. 꾸준히 발굴되어 복원되고 있는 옛 영화들 중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지에서 필름이 발견된 경우도 많다. 

시네 쌀롱 담 일정, 출처=한국영상자료원 페이스북
영화 분야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관련 사람들의 기억과 증언은 역사 기록 및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문헌이나 문서자료, 영상 자료 등이 부족한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기억에 의존하는 증언을 얻어 기록하려다 보니 니 구술자와 연구자와의 적절한 관계 설정, 연구자의 사전 자료 확보 및 사후 증언 확인 등  방법 등 관련 다양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한 구술채록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술자는 제작자, 배우, 촬영, 조명, 편집, 미술, 녹음, 음악,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원로영화인들이다. 그들의 기억이 모여 문헌이나 문서의 빈틈을 메우고 오류를 바로잡는 연구의 귀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구술채록 연구가 앞으로도 진행되길 바란다. 규모가 좀 더 커져도 좋을 것 같다. 그러려면 많은 이들의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스틸, 출처=한국영상자료원 'KMDb'
일단 한국영상자료원-한국영화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두 차례 남은 ‘시네 쌀롱 '담 談' : 광고, 액션, 만화 전성시대’ 토크쇼에 참가 신청을 해보길 강력히 권한다. ‘무협영화의 히로인’이라는 제목과 ‘<로버트 태쿼V>의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배우 김정란과 감독 김청기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 상암동 시네 쌀롱 방문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영상자료원-KMDB 사료관 홈페이지 방문도 추천하다. 최근 구술채록문부터 차근히 업로드 중인데, 지난주 토크쇼를 마친 음악감독 강근식을 포함하여 감독 이장호, 배우 문숙, 촬영감독 정일성 등의 구술채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별들의 고향 포스터, 출처=한국영상자료원 'KMDb'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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