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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너무 다른 노회찬과 신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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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0 22:53:25 수정 : 2018-09-20 2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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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국정감사 전에 홈페이지에서 배포할 거예요. 의원님이 책임지시겠다고 합니다.”

고(故) 노회찬 의원의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전문이 세상에 공개된 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의 일이다. 당시 기자는 노회찬 의원실의 요청에 취재 파일 조각을 공유했고, 실명을 다 공개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그로부터 며칠 뒤에 열린 국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상임위 질의로 발표하는 것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라는 기자의 조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든 언론은 돈을 받은 이들의 실명을 공개했어야 했고, 모든 국민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국감 시작 전 노회찬 의원실은 떡값을 받은 검찰 관계자들의 실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달중 정치부 차장대우

X파일 공개 후 그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지만, 법정에서는 범죄자로 낙인찍혔다. 그를 붙들었던 통신비밀보호법은 끝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만 해도 그는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라고 희망을 얘기했다. 1심 판결이 그의 삶을 얼마나 압박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4월(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입니까.”

9월7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발칵 뒤집혔다. 국토교통위원회의 신창현 의원이 정부가 발표 예정인 부동산 개발 부지 일부를 선(先)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가 공개한 것은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그린벨트였다. 국토부와 정책을 조율한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비공개회의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그렇게 화를 낸 것을 본 게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대응은 상식 밖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신 의원의 국토위 위원직만 사보임하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최초 홍 원내대표는 “개인적 사익이 아니라 공익적인 차원에서 지역구 문제로 한 것”이라고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보임은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가 공개 회의에서 신 의원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윤리위에 문제를 넘기는 것이 다음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대표도 간담회에서 “국가 기밀서류면 문제되지만 그게 아니다”며 “징계할 차원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소스(자료)’가 기밀문서가 아닌 만큼 문제 없다는 인식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때론 정면 돌파라는 무모한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노 의원은 언론의 관행과 불법 녹취록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 정면으로 부딪치기 위해 법적 보호장치를 버렸다. 이와 달리 신 의원은 자신이 획득한 비공개 자료를 유포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역구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비공개 자료라는 것을 몰랐다”는 해명도 부족해 보인다. 국토위의 한 의원은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어떤 폭발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달중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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